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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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고 은둔형 기질인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웃들이 사용하던 별명, '동 카즈무후'는 무뚝뚝 경 혹은 퉁명 공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책 제목과 첫 대면에서 음식 이름과 같은 뉘앙스라 친근감 들었는데 그런 뜻일 줄이야.


<동 카즈무후>는 브라질 소설로 동아시아에서 첫 번역 작품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았지만, 첫 번역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샤두 지 아시스가 세계문학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로 그의 수백 편 소설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호평받았다는 <동 카즈무후>가 한국에 처음 출간되어 반갑다.


열다섯 살의 주인공에게 이제 막 오페라가 시작한 것이다. 사춘기 벤치뉴가 일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그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11월의 어느 성대한 오후를 떠올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와 객식구 간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자신이 신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열네 살의 카피투가 있었다.


성년기 벤투 산치아구는 카피투와 결혼에 이르러 아들까지 낳았지만, 장년기 동 카즈무후의 막역한 친구 장례식에서 보여준 카피투의 태도에 의처증이 발호한다. 그의 질투와 의심으로 이들 부부와 부자지간 관계가 막장 드라마처럼 흘러간다. 작가가 그려내는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 주인공 상황에 따른 오페라와 같은 묘사는 잘 짜인 작품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해설을 보고 뒤늦게 알았지만, 이 소설의 모티프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다. 질투와 망상을 그대로 끌어들여 동 카즈무흐가 자신의 욕망으로 타자를 왜곡하고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의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동 카즈무후>를 읽는 동안 작품의 구조와 숨겨진 구성을 미처 몰랐지만 나름 오페라의 아름다움에 감흥을 얻어간다.


"껍질 안에 있는 과실처럼 한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p361)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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