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무려 천 쪽이 넘는 책, 사놓고도 그 두께에 질려서 표지만 쳐다보던 책을 삼일만에 독파했다. 총 7권의 합본이라곤해도 한데 뭉쳐놓았기에 엄청난 두께라는 건 책의 무게만으로도 그만한 부담이 생긴다. 차라리 어스시처럼 각권 나뉘어 있는 것을 사서 보는게 낫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합본은 그나름의 장점이 또 있으니까.

 

나니아연대기를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건 처음과 끝이 분명하다는 거다. 가끔 이야기의 시작(또는 세계의 시작)이 무엇인지, 이야기의 끝이(세계의 끝이) 어찌된 건지 알 수없게, 그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책들을 보면 좀 짜증이 나서말이지.  또는, 대충 끝을 내놓더라도,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들. 가령 두 남녀주인공이 결혼을 하면서 끝맺음되는 소설이 있다면, 이 둘의 이후 생활이 궁금해지는 것...

나니아 연대기에는 그런 것들이 없이 말끔히 끝내버린다. 나니아라는 세계의 탄생으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설명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해버리는 의미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선 얘기를 더 재밌게 읽고 깔끔하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나니아 연대기는 7개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면서 주연급의 인물들도 그와 맞게 상당히 많다.

일단, 나니아의 창조자이며 구원자인 사자 아슬란은 당연한 거고, 아슬란의 선택(아마도)에 의해 나니아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구원자로 등장하는 우리 세계 아이들 -  창조의 때에 나니아의 왕이 될 프랭크1세와 그와 함께 악의 씨앗을 같이 데려온 디고리와 그의 파트너 폴리. 이후 나니아의 황금기를 이끌고 그후에도 한두차례 나니아의 위기를 돕는 페번시家의 아이들 -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 마지막 두세이야기에서 나니아를 돕는 유스터스와 질 폴.

나니아 세계의 주연들도 많다. 연대상 첫 두이야기인 '마법사의 조카'와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편에서는 나오지않지만, 우리 세계 아이들이 나오지않는 유일한 이야기인 '말과 소년'편에서 아첸랜드의 왕자인 코르, '캐스피언 왕자'에서는 당연히 캐스피언 왕자, 다시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서 캐스피언 외에 새벽출정호에 탄 이들, '은의자'에서 릴리언 왕자와 마슈위글 족의 퍼들글럼, '마지막 전투'에서 티리언 왕.

 

나니아 연대기에선 한 인물의 성장기는 찾기 힘들다. 우리 세계 아이들은 항상 그 나이로 나니아의 몇백년을 뛰어넘어 다니게되고, 또,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 나니아에 올 수 없게 되고, 나니아의 사람들은 또 나름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일년이 안되는 (보통 몇달정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나오고, 책 전체로는 1000쪽이 넘지만 각 이야기로는 100~200쪽으로 그다지 많은 분량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성장기를 자세히 그릴 틈도 없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성장은 묘사보단 서술로 많이 나온다고나할까... 가령 '나니아의 공기가 아이들을 어른답게 만들어준다' 식으로 말이다. 적어도, 나니아 연대기는 어스시처럼 한 사람의 성장보단 모험자체에 초점이 있어보이기에 이런 편이 이야기를 재밌게 보기엔 훨씬 나아보인다.

 

나니아를 읽으면서 특징적이었던 건, 다른 어떤 책들에 비해서도 괄호글이 많이 나온다는 거다. 이 괄호들은 인물들의 부가적인 대사나(가령 왕의 이름을 말하면서 "대왕폐하 만세"를 괄호 안에 넣기), 화자의 주관적 시각이나 설명같은 것들에 쓰인다. 이것들은 얘기를 더 재밌게도 해주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쓰이고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야기 자체가 중간중간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호칭이 들어가면서 마치 직접 얘기해주듯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기독교 색채가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가령 나니아 창조 이야기나나, 아슬란의 죽음과 부활, 세계의 멸망과 선택되어 아슬란의 나라로 가는 이들...같은 것들은 누가봐도 성경의 얘기를 조금만 안다면 확실히 기독교적 세계관이구나하는 걸 알 수 있다. 그 외의 많은 에피소드들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이 읽으면 재미없겠다하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저 '기독교적 세계관'을 많이 빌려왔을 뿐 굳이 이 이야기들에서 기독교를 강요하거나 신을 믿게하려는 의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기에 누가 읽든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당한 분량이긴하지만 분량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나 할까.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아서는 안될 이야기라 생각한다. 적어도 3대 판타지문학에 들어갈 땐 그만한 이유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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