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그저 평범한 개다.
지은이 입장에선 "사상 최악의 개"라는 부제를 달아버렸지만, 소설 말미에도 나오듯이 지극히 평범한 개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주인 입장에선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고뭉치인 개와 사람들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애틋한 가족애를 재밌게 그려내고 있다.
존 그로건과 제니 부부는 아직 애가 없는 신혼으로, 제니는 집에 있는 식물들을 다 죽여버리기 일쑤. 이유는, 너무 과한 애정이랄까... 해서, 아이를 갖기가 걱정된 나머지 강아지를 하나 먼저 길러보기로 한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집에서 아버지의 어릴 적 충고에 따라 겁먹지 않는 강아지를 선택한 결과가 바로 말리.
이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너무 삶에 낙천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데다 약간의 광기까지 있고, 존과 제니 입장에선 꽤나 멍청하기까지하다. 하지만, 너무도 충직하고 사랑이 많다. 존과 제니는 말리를 키우면서 아이들을 갖게 되고, 한때는 제니의 우울증으로 인해 내다 파는 시늉까지 해야했지만,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종국엔 인생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말리를 사랑하고 그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함께 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일이 가장 큰 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 일이 내 일보다 크게 또는 힘들게 보이는 일은 드물다. 그건 개를 기르는 데서도 마찬가지였고 존과 제니 역시 "이 녀석은 최악이야"하고 살았지만, 오히려 말리의 사후에 그런 어려움은 나만 겪는게 아니구나 알게된다. 사람은 참 우습다, 아무리 잘난 척하고, 이해심 많은 척하고 성인인 척해도, 결국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우리들 옆을 지키고 있는 개들은 어떠한가. 자신을 팔아버린 주인을 찾아 수십리길을 찾아오는 개 이야기는 주변에 흔하다.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위험보단 주인의 안위를 우선한다. 지은이도 이런 것을 "개라는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원래 성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 거기에 배울 점은 있다" 고도 말한다. 그렇다. 이런 것들을 그냥 "저것들은 원래 저런 동물이니까"라고만 넘어간다면 그게 짐승가 무에 다를까. 우리는 사람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하나 부러웠던 건, 역시나 미국은 넓구나~하는 것과 개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민심같은 거였다. 요즘, 우리 주변의 개들, 과연 맘놓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기껏해야 방안에서 종종거리는 일이 대부분이지는 않을까. 나는, 개를 산다면, 마당에 풀어놓고, 목줄없이 마음껏 뛰놀게 하고싶다. 집안에 있을 때 빼곤 매번 목줄에 묶여서, 또는 안겨서 주인 곁을 배회해야만하는 개들은 너무 불쌍하다. 아마, 사람을 평생 그렇게 데리고 다닌다면 그 사람은 미쳐버리지않을까.
적어도 이 책에서 말리는, 우리들의 개들보단 훨씬 자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뛰어놀 정원이 있고 때론 해변도 있었다. 매일 아침으로 산책(물론 목줄은 하지만)을 하고, 펜실바니아에서는 자유를 만끽했다. 물론, 우리들의 시골은 아직까진 개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긴하지만, 그래도 위험하다. 자주 눈에 도로가에 널브러진 그들의 시체가 보이니까...
그리고, 개들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말리가 그랬던 것처럼 야외식당 테이블을 끌고서 마구 전진하며 식당 전체를 어질러 놓는다면 단박에 엄청난 비난을 해댔을 것이다. (안그랬을까?? 뭐 내 생각일 뿐이라면 다행인거고...)
역시, 이별은 슬프다. 그것이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생과 사의 이별이라면 더욱... 하지만, 이것이 곧 인생이라는 것을 말리는 가르쳐준다.
지루하지 않게 가슴 따뜻한 책이다.
요즘, 마치 살아있는 인형정도로의 취급을 받는 많은 개들, 그래서 약간의 병이나 말썽을 이유로 버려지는 많은 견공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