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나를 봐>


 신기하다. 하루 만에 500p가 넘는 페이지의 분량을 읽었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분량 때문에 읽기 망설였다. 두 번째로 로맨스는 좋아하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책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꺼리는 장르이고 해서 읽는 것을 미뤄두었다. 역시 읽기 전에 걱정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나를 봐>를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로맨스가 적절하게 들어가면서 중심적인 내용인 콜린과 마리아의 과거로 인해 현재 겪게 되는 상황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분량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냐는 의문도 들었었다. 결정적인 건 구성과 편집이다. 절대 느린 전개도 아니고 호흡도 빠른 편의 글도 아니다. 인물들의 구성이 너무 좋았고 어렵게 풀어낸 것도 없었다. 콜린과 마리아가 만나게 되는 우연한 사건의 인과관계부터 시작해서 캐릭터의 화합과 관계가 좋았다. 특히 콜린과 마리아의 시점 교차도 좋았다. 굳이 어떤 주제로 나누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어떻게 느끼는지 둘의 감정을 나열하는 식의 전개가 좋았다. 이야기 또한 긴장감 있다. 이 책을 읽을 거라면 꼭 후반부까지 정독했으면 좋겠다. 후반부가 정말 기가 막힌다. 사건이 다 풀리면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지 이 부분이 클라이맥스다. 이 책은 <노트북>과는 다른 매력이어서 더 좋다. 그리고 덧붙여서 콜린과 마리아의 설정도 좋았지만, 옆에서 주인공들을 도와주고 의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설정도 마음에 들었다. 이들이 과거를 회상하고 슬픔과 비통에 빠져있을 때 이들이 없었으면 캐릭터가 살아있었을까. 한국 소설을 주로 읽다가 외국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최고의 소설이었다. 작가님의 필력은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는 지점은 없었다. 또 이미지화되는 장면들을 영화가 나오게 된다면 재현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거와 같이 캐릭터 설정이 좋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다. 캐릭터는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콜린과 마리아의 이야기부터 하자면, 둘의 성향은 전혀 다르다. 콜린은 집행유예 상황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부모님과는 떨어져 있는 상태이고 교사의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 마리아는 어렸을 때 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만족을 하는 스타일이다. 성적을 잘 받아오니깐 칭찬을 해주고 인정을 해주며 마리아는 그런 식으로 자라온 것이다. 지금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으며, 동생하고는 다르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생을 보내고 있다. 부모님하고는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연애라는 것에 신물이 난 상태이다. 이 둘이 우연한 만남을 가지고 (마리아의 차가 고장나서 콜린이 고쳐준다) 그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 솔직히 처음에 만났을 때 마리아가 느꼈던 감정을 독자들도 느꼈을 것이다. 콜린의 얼굴에 멍이 들어있고 문신이 보이는 것이나, 해변가를 걸으며 둘이 같이 얘기를 할 때 콜린의 과거를 알게되면 당연히 이 사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맞다. 마리아는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얘기와 소통 경청을 할 줄 아는 여자가 드러나는 것이 해변의 거리를 걸을 때이다. 콜린이 진심어린 말로 자신의 과거를 얘기했을 때 과거를 생각하게 하지만 마리아는 경청해서 들어주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는 특별했을 수도 있다. 마리아는 예전부터 허영심에 가득차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과 연애를 했다. 거절 통보도 상대방 마음대로 하는 이기적인 태도와 주변에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가 있는데 마리아에게 콜린은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태도로 말하는 방식 말이다. 그로인해 마리아도 자신의 과거를 말할 수 있었고 둘의 관계는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보면 둘의 설정이 치밀하고 어느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책에서 마리아가 콜린에게 교사가 왜 되고 싶어하냐고 물었을 때 콜린은 망설임없이 대답을 한다. 마리아가 이때 놀라는데 이 부분을 보면 마리아의 과거 상황 또한 살펴볼 수 있다. 마리아는 정말 평범하고 공부만 하면서 자라왔던 인물이다. 어쩌다보니 변호사가 되어있고 지금의 마리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직업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는 다른 솔직함과 진정성을 본 마리아는 이때부터 콜린에 대한 신뢰성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나. 하지만 둘의 사랑은 뒤틀리고 만다. 과거가 다시 재발되기 시작한 지점부터 말이다. 사랑은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콜린과 마리아도 이 범주에 속한다. 둘은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가 떠오를 때마다 내가 지금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한다. 둘 역시 헤어지기도 해보고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하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그 불안함 속에서 위로해줄 사람이 콜린이나 마리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대체 그와 무얼 하자는 걸까  콜린은 예전에 그녀가 기소했던 부류의 남자였다. 어제 전까지만 해도 만약 누군가가 그녀에게 전과까 있는 남자와 데이트를 해보라고 제안했다면 그녀는 큰 소리로 웃었을 것이다. 아니 그 보다는 불쾌해했을 공산이 더 컸다. 

 그런데도 콜린은……. 마치 자석 같았다. 샤워를 할 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생각할수록 적절한 표현 같았다.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너무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다는 사실이 고마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놀라운 사실들을 오늘에야 털어놓았다면 이용당한 것 같은 기분에 화가 났을 테고, 어쩌면 두려웠을 수도 있었다. 처음에 그에게서 느낀 감정은 곧바로 사라지고 그가 또 어떤 거짓말을했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미끼에 낚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p.129


 사랑에 빠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라고 표현하는 거죠. '사랑을 향해 흘러간다.'가 아니라. 빠지는 건 두렵죠. 흘러가는 건 꿈결 같지만. p.253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엔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p.255


 "콜린은 나에게 무척 중요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요. 우리는 서로 더 이상 다를 수 없을 정도로 다르죠. 나도 처음에 에번이 콜린의 어떤 면을 보고 좋아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문신에 근육질 몸에 폭력전과까지……." 릴리가 고개를 저었다. "에번의 집을 네댓 번 방문한 뒤에야 콜린에게 말을 걸었던 것 같아요. 그때 내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 새로 살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는 거였어요"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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