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딸이 조용히 무너졌다>는
김현아 작가가 실제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가족으로서 보살피고 살아낸 여정의 기록을 담아낸 책이다. 고통스럽고도
사적인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 다시 편견에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나누기 위한 것은 의사인 자신조차 가족의
정신 질환에 대처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정신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은 얼마나 막막할지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신 질환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7년
동안 쌓아왔고 그에 따른 정신 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우울증과 자살이 나와는 관련 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한 둘째 딸에게서 발견된 상처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세상이 모두 무너졌다. 한 가지 이유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외부 상처에 초점을 맞추던 처음과는
다르게 정신 질환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딸의 무너진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가족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 질환은 오로지 가족의 몫이었고 항상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견뎌낼 수 있다고 괜찮아질 수 있다고 희망을 품으며 하루하루를 견뎌 살아간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딸 팔목의 상처는 조울증이라 알려진 양극성 장애에 의해서였다. 그 증상만큼이나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처를 해야 했다. 그리고
단순한 우울함이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괜찮다’라는
말이 더 이상 괜찮을 수 없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치료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을 겪고, 생소한 정신질환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병의
이해와 복합적인 요인을 분석해 보는 것만으로도 딸의 병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 같았다. 사회의
편견에 의한 어떤 걱정보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아이의 짧은 생 속에서 마주한 우울의 형태는 여러 순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오로지
한가지 이유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죄책감은 계속해서 찾아왔다. 또한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계속 빗나가며 잇따른 좌절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매번 마음이 무너지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끊임없는 이해의 영역에서 딸의 고통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만 딸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그 간절함은 그 모든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었다. 고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정보를 쏙쏙 뽑아내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서술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필요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자료와 사례를 통해 병을 이해하고 언급하기 힘든 단어를 마주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을 점차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정신 질환을 양산한다. 편견에 의해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현실은 괜찮은 척하고 있는 이 사회의 참담함이
극대화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기점으로
청소년과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자살 사망률이 증가했다. 여전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보았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조차도 못한 것 같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괜찮은 척 한다고 괜찮지 않다는 건 이제는 알아야 한다.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너무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단지 ‘의지’에 대한 문제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우울과 심리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여전히 정신 질환 문제에
무지하며 낙인하고 은폐하는 미성숙한 태도는 그들을 끝내 음지에 머무르게 만든다. 심지어 정치인마저도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 뿐만 아니라 약자를 대변해야 할 이들이 그저 권력에
혈안이 된 이익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