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백가흠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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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는 백가흠 작가의 산문집으로 일상의 재미/즐거움/아름다움을 담아낸 책이다. 수백 개의 글 중에 끝내 버리지 못한 24개의 산문을 엮어냈다고 한다. 그의 인생을 우리는 찰나의 시간으로 마주하겠지만 이 소중한 글들을 7월의 어떤 문장들로 기억하고 싶어졌다. 어떤 순간이든 우연으로 지나치지 않는 감정은 더욱더 솔직한 형태이다. 자신의 부끄러운 면모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그의 모습을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여겨졌다. 막연한 끝을 바라보는 그의 우주를 들여다볼 시간이다.

가족이라는 의미는 어느새 인가부터 퇴색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랑과 가족은 깊게 연결되어 있지만 어느 한쪽이 의미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변하지 않는 사랑과 깊게 끊어진 단절의 모양은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다. 잘살아 보기 위한 노력이 무색하게 경쟁은 왜 계속 이어지는 걸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느낀 감정들의 나열은 보통의 기준에서 헤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언어를 글에 녹여낸 집합된 생각에 매료된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환타와 시루떡>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처음 문장부터 압도하는 따뜻함이 이 책의 첫인상이었는데, 그 순간에 마주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죽음 위에 서서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나이에 도달하며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일을 마주한다. 때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도 감당해야 하는 현재 자기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바라보면 언제나 후회로 물든다.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무색하게 나이는 조금씩 인생을 먹어간다. 씁쓸함을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순간을 지속하는 인생이 당연하다는 듯이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다.

나를 내려놓는 여행을 통해서 도시의 색깔을 마주하게 된다. 계절감이 사라지고 도시의 향취는 그대로 남았지만, 누군가의 삶과 형태는 벗어날 수 없는 곳이 되어 가기도 한다. 삶과 사람의 가치와 영원의 시간이 공존하는 용어가 된다. 배제되지 않는 편견도, 보통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상함이 아닌 특별함이 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삶과 문학의 가치를 담아낸 작가의 열정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구간이기도 했다.

뜨끈한 국밥, 한 숟갈을 먹는 것 같게도 느껴진다. 뜨끈한 여름엔 시원한 글이나 음식을 소화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어떤 계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열정의 맛은 뜨거운 맛을 선호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은 계절이지만 일상을 살면서도 일상을 잇는 계절이 된다. 미지에서 소중한 것을 얻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심연의 우주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산을 오르는 것처럼 일상과 소설 사이에서의 간극을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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