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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게임 - '세대 프레임' 을 넘어서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평점 :
아 세대론에 속았구나 ...
386세대도, N포세대도, 기성세대도 명확한 실체는 없다.
세대는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세대는 간편함과 가소성이 그 큰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정체성과 관련해서 탁월한 매력을 뽐낸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일원임을 밝혀주고, 그러한 우리를 역사의 흐름 속에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세대는 우리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 속에 서식하며, 그들의 시간의 서식처는 ‘너무 이르거나 늦어서’ 역사의 흐름을 방해한다.
말하자면, 세대는 차이를 만들거나 유사성을 찾는 데 유용한 정체성의 근거이자 도구다.
그 덕에 세대는 일상에 깊이 뿌리박은 최적의 정치 언어 그리고 정치적 게임의 도구가 된다.
쉽고 빠르게 우리 편과 상대편을 갈라내어, 지지자를 만들거나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내세울 수 있다.(22쪽)
저자는 세대 게임을 “사람들이 세대를 이뤄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활동과, 게임의 판을 짠 집단들이 어떤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세대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경쟁이나 싸움을 부추기는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세대 게임으로 이익을 얻는 ‘플레이어’들(정치인, 지배계급)이 있다. 이들은 비난할 세대를 내세워 문제 사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아니면 특정 세대를 지지자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이득을 취한다.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정과 담론화는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생산하고 유통시키면서 선동을 위한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두 형식의 세대, 곧 나이에 따라 ‘분류된’ 세대와 ‘우리 의식’을 갖게 된 세대를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유명한 말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다.
세대는 그렇게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다.
세대는 나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
연령 세대와 사회문화(정체성) 세대도 다르다.
연령이 같거나 유사한 사람들을 세대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렇게 분류된 세대가 고유한 우리 의식, 그러니까 ‘집합적 자기의식’을 자연스레 지닐 수는 없다.
말하자면 나이는 세대가 형성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스스로를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하는 세대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157쪽)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묶는 강력한 요소는 다름 아닌 같은 '시간'의 경험,동일한 시간 고향이다.
시간 고향은 하나의 “기억된 감정의 풍경”이다.
어떤 세대에 속해 있다는 감정적 느낌이나 자각이라 말할 수 있는 시간 고향은 특정한 장소를 지칭하지 않는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 곧 고향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낸 시간을 통해서 정의된다.
시가나 고향 친구들, 줄여서 시간의 향우는 공간 근접성을 통해 가까워진 것이 아니다.
시간의 향우들은 유사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공통의 감정과 감각으로, 가까운 또는 이웃한 느낌을 지니게 된다.
내가 “벗어날 수 없는 뭔가를, 그리고 나와 비슷한 연배들과 공유하지만 명백히 언급되지 않는 ‘우리’라는 감정의 토대인 뭔가”를 나는 시간의 향우들과 공유한다.
또한 시간 고향은 “망각에 대항하여 이의를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시간 고향은 “역사의 단절”이다.
이전과 다른 역사에서 자신과 동년배들의 결속을 찾는다.
요컨대 시간 고향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우리 감정’의 토대이고, 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단절을 통해 세대를 결속한다. (182쪽)
같은 시간 고향을 공유한 '시간 향우회' 회원들의 긍지와 좌절을 자극하고 부추겨서 특정한 정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세대가 가진 매력을 활용하여 꾸며진 세대 전쟁론의 도덕적 명확성은 아주 훌륭한 “대량 주의분산 무기”다. (122쪽)
세대를 겨냥하는 세대 전쟁론적 개혁의 예리한 창은 문제의 구조적 원인, 예컨데 자본, 기업, 그에 기생하는 정치 권력과 같은 원인들을 겨누지 않는다.
그런 탓에 세대 전쟁론이 내세우는 청년에 대한 배려는 말잔치에 불과하고, 더 나아가 청년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차별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81쪽)
이제 세대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는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는 저지르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