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 범죄와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하워드 제어 지음, 손진 옮김 / KAP(Korea Anabaptist Press)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회복적 정의는 범죄에 대한 일방적이고 응보적인 사법처리를 넘어, 당사자들과 그들의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손상되었던 상처와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회복적 정의의 목적이다.

1974년 어느날 캐나다의 작은 도시 엘미라(Elmira, Ontario)에서 수십 군데의 집을 턴 혐의를 받은 두 명의 십대 용의자들이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 지역 교정 위원을 맡고있던 메노나이트 교도인 마크 얀치(Mark Yantzi)와 동료인 데이브 월트 (Dave Worth)는 담당 재판관을 찾아가 본인들이 이 십대 용의자들을 대리고 피해를 당한 집들을 찾아 합의를 보게 하는 건의안을 재판관에게 제안하였다. 물론 재판관의 첫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법을 어기고 남의 집을 도둑질한 소년들을 그냥 가볍게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내려지자 놀랍게도 담당 재판관은 마크와 데이브의 의견을 받아들여 두 소년 용의자들에게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사건을 해결할 것을 판결하였다. 
단,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시 법정에게 최종판결을 받는 조건이었다. 
그 두 소년 용의자들은 마크와 데이브와 함께 자신들이 턴 집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사과하고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피해자들이 만족할만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묻기에 이르렀다. 
이사를 간 두 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집에서 이들과 합의에 이르렀고, 그 둘은 봉사활동이나 현금배상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 책임을 지게 되었다. 실제로 몇 집은 이들이 찾아와 사과한 것으로만도 이 청소년들을 용서해주었고, 그 둘은 다시 마을의 구성원으로 건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죄와 처벌에 관한 성서적 견해를 인용할 때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레 24:19–20)라는응보적인 정의 개념을 떠올린다. 
그러나 제1성서에서 제시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는 지나친 보복에 대해서 제한을 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잘못에 대한 대응은 잘못에 비례하는 것이어야지, 폭력을 증폭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제1성서의 하나님은 응보적/권선징악/거래의 존재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성서가 보여주는 정의는 응보/징벌/심판이 아닌 샬롬의 정의이다.

현재의 사법제도는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 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응보적 정의의 근본적 원칙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가해자도 응당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와 공동체는 파괴되어지고 가해자는 죄의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응보적 정의의 목적은 법체제와 윤리의 강화에 있다.

예수는 자신의 삶속에서 응보적 정의의 원칙을 거부하고 정의와 사랑을 통한 새로운 회복적 정의 원칙을 선포하였다.
악을 악으로써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선과 사랑으로 극복하는 회복적 정의 원칙을 실천하신 것이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응보적 정의가 가지는 범죄와 형벌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범죄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회복을 목적으로 함께 모여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해자로 하여금 진정한 반성과 손상회복을 위한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도록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사건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금전적 피해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사자와 공동체가 샬롬의 공동체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범죄의 악순환이 끊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는 모순된 관계에 있다.
한편은 처벌을 위주로 하고 다른 한편은 회복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가해자의 필요를 외면하지 않는다. 
범죄의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요구가 무엇이고 그 요구를 어떻게 채울까에 더 깊은 관심을 갖는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되 관계 회복과 사회공동체로의 회복을 기대하면서 그 목적을 추구한다.

하워드 제어는 회복적 정의의 실현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보았다

- 피해자가 정의를 경험하는가?
- 가해자가 정의를 경험하는가?
- 피해자-가해자 관계가 다루어지는가?
- 공동체의 관심이 고려되는가?
-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가?

모든 범죄에 회복적 정의를 적용할 수도 없고 강요되어져서도 안된다.

하지만 최소한 그리스도 공동체의 정의는 회복적 정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회복적 정의론자인 하워드 제어나, 콜슨은 종교 공동체를 전제하고 있다. 결국 회복적 정의는 필연적으로 '용서'와 연관되어 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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