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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 아주 어릴 때부터 미국 이민살이를 해온 제니. 제니는 미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이이다. 온갖 인종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하는 아이이다.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입지를 다질 때쯤 한나라는 한국 아이가 전학을 왔다. 적응을 위해 이름까지 바꾼 제니와 달리 한나는 한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영어도 쓸 줄 모른다. 그런 한나는 자신의 이름을 해나, 헨나 등 잘못 발음할 때마다 똑바로 고쳐 부르라는 고집 강한 아이다. 그렇기에 한나는 금세 문제아 취급을 받고, 제니는 자신과 같은 한국인이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한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도 한나가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게 된다. 둘의 우정이 싹트는 찰나 사건은 발생한다. 제니의 생일날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나는 실수로 근처 호수에 빠져 익사하고 만다. 그후 제니는 부모의 결정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에게 한나의 얘기를 들려주며, 자신은 용서 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 말하고, 친구는 그렇다면 환영한다 말한다.
• 이민자의 얘기. 당근 <파친코>가 떠오른다. 그러나 <파친코>와는 달리 좀 더 개인적인 사건을 다루는, 민족의 이민이 아닌 개인의 이민을 다룬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나간 이민과 그곳에서마저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돌아오는 이민을 다룬다. 어쩌면 도망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난 제니의 행방을 보며 도망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용서 받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고는 했지만, 왜 한국이었을까. 작가는 왜 제니를 다시 한국으로 보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평생을 미국에 살려고 노력해온 아이가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그 이전의 삶은 어찌 되는가? 무용지물. 결국 제니에게 미국은 더 이상 살 동네가 되지 못했다. 그것뿐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 참회의 알맞은 공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사실 돌이켜보면 한나의 죽음은 제니의 잘못이 아니지만 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도망에 성공한다면 그곳이 낙원 아닌가. 그렇기에 한국을 낙원으로 만드는 것은 제니 자신의 몫이다. 한나의 추모 이후 또다시 모종의 이유로 한국을 뜬다면, 아... 그저 유목민 아닌가.
• 그렇지만 싫은 책은 아니다. 책은 분명 직설적이고도 확실하게 감정을 서술한다. 안 그래도 이민 때문에 복잡할 10대의 대혼돈 카오스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제니의 한국 복귀는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맞이하고 파악할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22살의 나이.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의 신분으로 들어간 제니에게는 어쩌면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닐까.
• 여름은 고작 계절. 말 그대로 여름은 계절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여름 속 함께한 추억은 앞으로 맞이할 가을과 겨울을 버틸 양분이 된다. 온기가 된다. 한나는 비록 죽었지만, 제니에게 있어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여름이었으며,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간직한 온기였을 것이다. 한나의 죽음은 이제 추억이라 불릴 만큼 과거가 되었으나, 지나간 여름이 되었으나 제니는 그 온기와 양분으로 한국에서의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에는 도망 안 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