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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 어느날, 13살 터울의 형을 떠나보낸 우혁. 우혁은 형이랑 함께 귤을 나눠 먹기를 좋아했지만, 형의 죽음으로 더 이상 귤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러다,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유품처럼 남아있던 형의 VR 기계로 형이 하던 게임에 접속하게 된다. 게임은 그저 집과 정원을 가꾸는 정도에 간단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형이 남긴 집을 보며 형이 이 게임에 엄청 공을 들였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게임에 접속한 누군가. 분명 형의 게임이고 형의 집임에도 그 누군가는 자연스레 게임에 참여해 형의 아바타를 보며 아주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전한다. 갖은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오해를 풀며, 우혁은 그 사람이 형의 첫사랑이고 현재 자신의 고등학교 선생님, 해송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렇게 우혁은 해송으로부터 형의 얘기를 전해 들으며, 자신은 미처 몰랐던 형의 모습을 알고 형을 추억하며 그동안 입에 대지 못했던 귤을 천천히 먹어본다.
• 메타버스 혹은 VR 같은 가상 공간이 나와도 이젠 어색하지 않다니. 나도 한국 소설도 점점 시대를 타나 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형이 남긴 무언가를 통해 형을 이해하고 또 관련 사건으로 얘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디즈니의 영화 <빅히어로>를 떠올리게 했다. 당연히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있기에,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가 더 아기자기하고 전체적으로 따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형의 메타버스 공간을 탐험하며, 형의 지인과 함께 하기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건사고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오히려 감흥을 느끼긴 어려울 거라 짐작한다.
• 그런데, 왜 하필 귤일까? 그리고 제목은 어째서 여름의 귤을 말하고 있을까? 귤, 겨울에 겁나게 두꺼운 이불 뒤집어 쓰곤 넷플릭스 틀어다가 한 박스 왕창 까먹는 이미지가 선뜻 떠오른다. 아무튼 귤은 겨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여름에 귤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여름의 귤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귤에게 악영향을 주진 않지만, 고정관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름의 귤을 먹는 건 그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행동이고, 이는 해송을 통해 형의 다른 면을 알아가는 우혁의 모습과 비슷하다. 자신만이 아는 형(귤은 겨울에 먹는 것)과 추가로 알게 되는 형의 다른 모습(여름에도 귤을 먹어보는 것). 세상과 형과 귤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과정인 것이다. 정녕으로 여름의 귤... 맛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와, 그렇다면 왜 귤일까? 굳이 여름에 안 먹는 것들을 떠올려 보면, 밤이나 군고구마도 있고, 오히려 붕어빵이 대표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귤의 맛을 떠올려 봤다. 귤은 주로 새콤달콤한 맛을 띤다. 색 자체도 주황빛이 도니, 어딘가 생기가 돋는다. 새콤함과 주황빛은 활력적이며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니 책의 마지막, 우혁이 형을 떠올리며 귤을 먹어보는 장면은 우혁이 드디어 우울감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생기와 활력을 띠는 귤을 통해 보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문체도 분위기도 모두 따스하고 귀엽기에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쉬운 책이라고 얕잡아보면 안 된다. 다들 책을 읽어가며 나처럼 도대체 왜 귤이 등장했으며, 여름의 귤을 먹어야 하는 생각해 보면 좋겠다. 더 나아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여름의 귤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