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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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테마파크인 ‘뉴서울파크’. 그곳에는 어느 놀이동산과 다르지 않게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연인, 학생, 심지어 고양이까지. 그리고 젤리 장수 또한 그곳에 있다. 살가운 태도로 그들에게 다가가, 시식해 보라며 젤리를 공짜로 나눠준다. 젤리를 먹으면 곁에 있는 사람과 절대 안 헤어질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아니, 그냥 입이 심심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젤리를 먹는다. 그들은 젤리를 먹고 젤리가 된다.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젤리는 뭉친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젤리 형태의 장난감을 한데 뒤섞는 것처럼 그것들은 섞인다. 섞이고 커지고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 젤리 장수. 그의 행방은 묘연하고, 뉴서울파크는 젤리를 치웠다. 그리고 개장을 맞이한다.

 

•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목차를 보았다. 제목이 워낙 들쭉날쭉하여, 내가 단편 소설을 장편 소설로 착각한 것인가 싶었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젤리를 먹기까지의 내용도, 그 사람들은 서로를 모른 채로 진행된다. 옴니버스의 형식을 띠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젤리가 되고 젤리 장수의 정체가 궁금해질 때쯤 옴니버스의 얘기들은 한 데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젤리 뭉치가 되면서 말이다. 사람을 젤리로 만드는 살인 젤리도 신기한데, 서로 교류도 없던 사람들을 젤리가 뭉치는 형태로 한 장소에 모이게 하다니, 발칙한 상상력이 놀라웠다. 그리고 젤리 장수의 정체. 사실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고, 어느 사이비 단체의 신자 정도로 나온다. 위대하신 존재의 수행자라니. 한국 소설에서 크툴루 신화스러운 (코스믹 호러스러운) 캐릭터를 보다니! 그냥 그 캐릭터성만으로도 즐거웠다. 다시 돌아와서, 사실 젤리 장수의 존재보다는 사람들이 젤리를 먹었다는 선택에 집중하고 싶다. 아무개는 공짜 젤리에 신나서 간식으로 먹었겠지만,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욕망에 사로잡혀 젤리를 먹었다는 이유가 있었다. 누구는 연인과 헤어지기 싫어서, 누구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누구는 누구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이유로 말이다. 물론 절대적인 악마의 힘이 개입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욕망으로 자신을 젤리로 만들다니 (사실 스스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 조금은 섬뜩하다.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짧아서 아쉽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나는 이번 소설에서 그 아쉬움을 느꼈다.

•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나 <치즈 이야기> 등등에서 보여준 작가만의 독특하고 섬뜩한 상상력과 단번에 몰입하게 만드는 묘한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든다. 조예은 작가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이번 소설도 꽤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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