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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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좌천으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됐다. 첫날부터 그곳에 군림하던 ‘엄석대’를 만나, 석대가 주변 아이들에게는 절대적 복종을 받고 담임 선생님에게는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나’는 그런 석대에게 저항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굴복하고 석대의 보호를 받기로 한다. 그렇게 1년간 편안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담임을 맞이했는데, 그 선생에게 석대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져, 석대는 몰락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연히 길거리에서 경찰에게 잡히는 석대를 보게 되었고, 비록 독재자스러운 면모가 있었지만 영웅 같았던 석대의 그런 모습에 충격과 그런 그에게 복종했었던 무력한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 교실과 아이들을 내세워 보여주는 정치의 부패함과 억압과 착취. 그리고 석대의 몰락을 통해 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인 자들에 대한 비판. 중편에 가까운 소설임에도 확실한 기승전결과 드라마적 요소들,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까지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5학년이었을까? 그리고 석대의 몰락이 있던 6학년 이후, 갑자기 어른이 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줬을까? 그건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권력과 기회주의의 맛을 알던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 사회를 구성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부패한 정치와 사회,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 기회주의자들의 사회.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잘못된 사회는 과거의 우리가 자라나, 지금의 우리가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시간적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설령 네가 옳더라도…… 나는 반 아이들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석대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네가 반드시 그러리라 믿고 있을 것처럼…… 아이들의 그 지지란 것이 실상은 석대의 위협이나 속임수에 넘어간 거짓된 것일지라도…… 마찬가지야. 나는 어쨌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석대의 힘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어. 지금껏 흐트러짐 없이 잘돼 나가던 우리 반을……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흩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지.”

(65쪽)

 

“…… 설령 네가 옳더라도…… 나는 반 아이들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석대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네가 반드시 그러리라 믿고 있을 것처럼…… 아이들의 그 지지란 것이 실상은 석대의 위협이나 속임수에 넘어간 거짓된 것일지라도…… 마찬가지야. 나는 어쨌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석대의 힘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어. 지금껏 흐트러짐 없이 잘돼 나가던 우리 반을……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흩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지.”

(248~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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