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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ㅣ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평점 :
•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엄청난 강도의 지진으로 초토화된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남은 안전지대인 ‘이마트’ 속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2023년에 출간되었는데, 마침 비슷한 영화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때쯤 개봉했다. 재난으로 인해 한정된 공간과 외면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내적으로는 다양한 인간군상과의 충돌+관계가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보장한다. 추가로 작가가 시집도 썼는데, 확실히 시인이라서 그런지 문학 같은 문장들이 많이 보인다. 난 그런 문장들이 취향에 맞아서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시 같은 문장을 안 좋아한다면 한번 고려를...
• 이마트에서 쭉 지내면 정부가 살 곳을 마련해주고, 한두명씩 추첨을 통해 이주시켜 준다는 설정은 살짝 독특하면서도 현재 대한민국의 주택청약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블랙코미디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실, 그 주거 공간이 어떻게 잘 마련되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면 좋겠지~ 하는 태도와 독자가 받게 되는 감각은 예전 영화 <아일랜드>에도 나왔던 추첨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추첨인이 사실 고위 귀족을 위한 든든한 생체 장기 보관용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소설의 추첨 시스템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미 사람들은 이마트 생활에 적응했고, 그곳에서 작디작은 낙관과 행복을 발견했고, 그들만의 체제와 사회를 만들었는데, 운이 좋다는 이유로 그동안 쌓아둔 것을 포기하라니... 난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가 보장하는 깔끔한 주거 시설이 있다면, 정말 너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내면은 주변에 친한 사람 하나도 없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도 있었으니. 솔직히 소설을 읽는 내내 추첨받는 게 그렇게 좋은 일인가 싶었다.
• 누가 부모인지도 모를 애기가 중간에 등장하긴 하는데, 맥거핀처럼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게 다가왔고,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 간에 갈등 치고는 별일이 없기도 하다. 오히려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 드라마가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가족, 단어가 주는 안정감은 위대하다. 하지만 막상 내 가족이 날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롭히는 존재라면? 차라리 먼지 폴폴 날리고 의식주 뭐 하나 보장되지 않는 대형마트가 더 좋은 안식처가 됐다면? 거주지의 붕괴와 가족의 붕괴. 아마 작가는 그 두 개를 연관 지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자주 암전되었지만 그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구분될 만큼의 빛이면 충분했다. 너무 많은 빛 안에서는 내가 사라져버릴 수 있었다. 내가 사라져버린 자리를 사람들은 그림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 서 있는 건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