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이여, 안녕 ㅣ 마카롱 에디션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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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파리의 어느 허름한 호텔 방, 샤샤는 런던의 삶으로부터 도망쳐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 샤샤는 왜 도망쳤을까. 그녀는 세상에 속한 잔인한 남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런던에서의 삶을 포기한 것이다. 파리에서의 삶도 그녀를 한동안만 보호해 주는 것이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한다. 머지않아 자살을 결심한 샤샤. 그런 샤샤에게 르네라는 젊은 남자가 접근한다. 남자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했던 샤샤이기에 르네에게 호감은커녕 그를 계속 밀어낸다. 그러나, 르네는 결국 샤샤의 방으로 들어왔고, 그런 르네에게 샤샤는 그냥 자신을 놔두고 가방에 있는 돈을 모두 챙겨 어서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르네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까. 르네는 돈을 챙기지 않았고, 자신을 거부한 샤샤에게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은 채로 방을 떠난다. 샤샤는 급하게 르네를 잡으려고 했지만, 놓쳐버렸고 그동안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던 옆방의 남자를 방으로 불러 그를 품에 받아들이고 만다.

 

• 내용은 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만, 막상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기에 어느 시점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지 주의해 가며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용 요약을 봤으면 알겠지만, 이 책은 사회의 피해자를 특히 여성 피해자의 얘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과거와 결말을 보니, 남성 위주로 움직이는 사회로부터 고통받는 여성들과 성적으로 약자의 입장인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이 <한밤이여, 안녕>인 이유도 긍정의 상징인 낮을 거부하고, 스스로 밤을 받아들이는 샤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요, 인생을 이렇게 봐요. 누가 내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느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아니다.‘예요. 분명 나는 그렇게 대답했을 텐데, 단지 아무도 내게 그걸 묻지 않았지요.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에요. 내 일생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사건들은 내가 의도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답니다. ‘너는 네가 부탁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은 네가 아니다. 네 지금의 모습도 네가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 네 자신을 괴롭히지 마라. 그러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너는 그럴 권리가 있잖느냐? 너는 세상을 이 꼴로 만든 죄 많은 자들 중 하나가 아니니까.” (82쪽)

 

•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무척 힘들었다. 샤샤가 지닌 성격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우울하고 비관적이며, 제일 중요한 점은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애기? 좋다. 성적인 피해를 받은 여성의 얘기? 좋다. 성별의 차이를 떠나서 약자의 얘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단, 약자가 최소한의 저항은 해야지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소설이 재밌다고 느낀다. 샤샤의 결말을 보자. 소설 내내 “나는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어.”라는 태도로 그 피해는 타인에 의한 것이라며 불평하지만, 결국 혐오스러운 남자를 방으로 들이고 그를 품은 것은 명백히 그녀의 선택이다. 그 누구도 협박하지 않았으며, 어느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실행된 일 또한 아니다. 결말까지 힘겼게 왔는데, 결국 그 결말이 스스로의 파멸이라니. 작가는 피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워 소설을 썼지만, 그녀의 의도가 어떻든지 간에 적어도 나는 저런 피해자를 안쓰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어떤 결말이든 샤샤라는 여자의 성격을 좋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다른 결말이었다면 소설로써의 여운은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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