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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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의 남자친구 로제와 오랫동안 연인으로 지내온 폴.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폴은 여전히 그를 꽤, 많이 사랑한다. 반면, 로제는 그런 폴의 마음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자신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짓을 벌이기도 한다. 이 위태로운 관계 속에서도 실내장식가의 일을 이어가는 폴. 그녀는 늘 그랬듯이 의뢰인의 집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시몽이라는 남자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시몽은 폴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려, 그녀에게 애정 공격(?)을 퍼붓고,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아무리 바람둥이에, 필요할 때만 찾는 로제라지만 폴은 그를 사랑했기에 시몽을 경계한다. 그런데도 시몽은 멈출 줄을 모르고 폴은 점점 그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 "사랑해"라고 말하며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를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

 

• 짧고 강렬한 소설을 뽑으라면 한 번쯤은 꼭 말하는 책이다. 솔직히 중간까지 읽어도 ‘환승연애’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몽의 갖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바람둥이 로제를 선택한 폴을 보며 충격을 좀 받았다. 대부분이라면 바람둥이 애인 따위 발로 걷어차 버리고, 연하의 불닭 직진 맛 뿜뿜 풍기는 시몽을 선택할 것인데... 폴의 선택에 생각이 깊어졌다. 사랑 앞에서 이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 결국, 그의 잘못도 그와 자신의 관계도 꼼꼼히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사실 시몽의 행동도 옳지는 않다. 첫눈에 반했다고 할지언정 상대에게 애인이 있다면, 그것도 정말 장기 연애 중이라면 깔끔하게 마음 접고 새사람 찾아 떠나야 한다. 심지어 갖은 플러팅에도 넘어오지 않는다면 포기해야지... 바람 피는 애인을 붙잡는 여인과 그런 여인을 놓지 못하는 남자와 그들을 보면서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책 넘어로 고민해보는 나의 모습까지. 누구를 택하든 잘했다고 말할 수 없는, 최선이 없고 차선만 있는 상황 속에서 누가 더 낫다고 말하는 꼴 아닌가.

 

• 사랑의 양자택일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참을 수 어ퟨ는 존재의 가벼움>이 떠오르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에서는 무게를 통해 사랑의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누어 내용을 전개한다. 통제 없이 자유롭고 어떻게 보면 방탕할 수도 있는 가벼운 사랑과 자신도 상대도 서로에게 종속되기를 원하는 무거운 사랑. 이렇게 두 가지로 말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은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나는 이 책의 사랑을 익숙함과 새로움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싶다. 로제는 폴이라는 익숙함에 질리면서도 익숙함을 잃기 싫어서, 폴을 만남과 동시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떄는 젊은 여자를 끌어들인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폴은 익숙함의 사랑을, 시몽을 새로운 사랑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두 가지 사랑의 상태를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둘 중 한 명을 선택해도 떳떳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설정 때문이랴. 그래서 이렇게 긴 사유를 끝낸 후에 내린 답은 “허무하다.”이다. 가볍든 무겁든, 익숙하든 새롭든, 떳떳하든 그렇지 못 하든... 결국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허무한 의문이 남는다. 이럴 거면 사랑은 왜 하지? 무섭고 섬뜩한 생각. 무서운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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