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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전설이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8월
평점 :
• 윌 스미스가 등장하는 동명의 영화가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기반으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영화에서는 좀비로 등장하는 괴물이 소설에서는 흡혈귀이다. 거기에 좀비보다는 더 지능적으로 묘사되어 사람 말도 그대로 하고 네빌을 유혹하는 여성 흡혈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기본적인 설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네빌은 자기관리 끝판왕에 군 소속의 바이러스 과학자라서 좀비 실험을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소설의 네빌은 그냥 평범한 아저씨라서 세균,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틈틈이 독학하며 실험을 이어가고 자기관리는 무슨 완전 술꾼에, 앞서 말한 여성 흡혈귀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영화와 소설 모두 네빌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라고 보여주지만, 영화의 네빌은 너무나 완벽한 모습에 그저 멋있다며 전설이라 칭하기 바쁘고, 소설의 네빌이 가진 불완전하고 어떻게 보면 더 현실성 있는 모습에 이 사람이 진짜 인류를 구원하는 전설적인 존재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 지경이다. 한마디로 원작의 네빌은 멋있지 않고 영웅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점이 되려 네빌의 쓸쓸함을 더 증폭시킨 부분이지 않겠는가?
•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의 괴물은 좀비로, 소설의 괴물은 흡혈귀로 등장한다는 차이도 존재한다. 특히 흡혈귀 괴물이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는데, 흡혈귀 탄생의 원인은 변이 바이러스였고, 이 바이러스는 시체까지 되살리는 특징을 지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흡혈귀들은 민간 신화 속 흡혈귀처럼 햇빛과 십자가를 두려워하고 거울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네빌의 추측으로는, 언론이 퍼뜨린 거짓 보도와 각인된 공포가 불러온 결과라고 해석된다. 사망 후, 바이러스로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원초적인 본능만이 남게 되는데, 자극적이고 거짓된 보도로 공포가 각인된 채 죽어버려, 그 흡혈귀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된 자신에게도 투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거다. “흡혈귀는 마늘이 무섭대.” -> “으악! 나 감염되서 흡혈귀가 됐어!” -> “ㅇㅓ... 흡혈귀는 마늘이 무서워... 나 마늘이 무서워...” 이런 서순으로 보는 거다. 좀 귀여울지도?
거기에 이 귀여운 흡혈귀들은 독자적인 사회 체계를 만들어서, 사실상 바이러스로 인해 분리된 인류의 변종으로 봐도 될 정도인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네빌이 이 흡혈귀 사회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 사이에서 자신이 흡혈귀를 사냥하고 온갖 실험에 써먹는 ‘전설적인’ 괴물로 불린다는 것이다. 난 내가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서 인류를 구원하고 전설이 되려고 했는데, 정작 괴물들 사이에서 괴물을 잡아먹는 전설적인 괴물로 불리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반전이다. 이렇게 제목의 뜻을 비교해보니 영화와 소설의 차이가 명확히 느껴지는 점도 아주 재미지다.
• 조사를 하다 보니, 이 소설이 좀비 등장에 시초가 되었다는 어느 글을 보게 되었다. 성공적인 좀비 영화로 꼽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도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고, <새벽의 저주>, <28일 후>, <블레이드>, <레지던트 이블> 등등 이 정도면 유명한 좀비 영화 모임을 해도 된다. 흡혈귀가 등장하지만, 집단 감염 및 변이라는 특징이 저 영화들의 좀비를 구성하는 밑받침이 되었을 거다. 시간이 된다면, 소설을 읽고 동명의 영화도 보고 저 영화들도 보는 게 어떤가! 여름과 장마는 길고 우리는 그 열을 서늘한 공포로 다루는 법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