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시즌 3

변지안 미스터리 스릴


아무도 돌보지 않은 해나와 여경의 슬픈 연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저녁 식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리 세 사람이 산 채로 10인용 식탁에 앉을 일은 없어졌다. 양어머니의 요청으로 양아버지가 크리스마스 특별식으로 만든 굴라쉬 스튜와 곁들인 깜빠뉴 빵을 마지막으로, 내가 깨어났을 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손에 스푼을 쥔 채, 한 사람은 두 눈을 뜬 채로 날 바라보며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날이 이곳이 온실로 존재했던 마지막 날이었다.



–30℃ / –22℉

이제 이곳은 본래 지어진 목적대로 냉실이 되었다. 식물들과 꽃들은 매서운 기온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거나, 급속 냉동이 가동되어 하얀 서리들이 내려앉은 채로 얼어붙었다.

덕분에 냉실은 여전히 차갑게 푸르렀다. 중앙에 위치한 떡갈나무 식탁엔 시간이 멈춘 듯 그날의 모습 그대로 양부모님이 엎드려 있었다. 꽝꽝 얼어붙은 채로.

양어머니는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뜨고 날 바라봤던 모양이다. 뜬 눈은 다신 감기지 않았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듭된 파양으로 몸도 마음도 부서진 아홉 살의 천재 소녀 진해나.

해나는 단란한 삶을 꿈꾸며 다시 한번 입양길을 선택합니다.

해나의 새로운 양부모님은 무척이나 부유하고 자상했지만…….


입양 일 년째 되던 크리스마스 저녁,

양부모는 해나에게 의미 모를 사과를 남기며 목숨을 끊습니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매번 같은 질문이다.


“먼저 주문하고 기다리랬어요. 딸기 밀크셰이크 주세요. 여기 돈이요.”


거슬러 받은 돈에서 300원이 모자라다. 하지만 되묻지 않는다. 괜한 눈길을 더할 필요가 없다. 되도록 카드는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평소와 같은 평균적인 카드 대금이 인출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사용 중이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 한가한 장소를 골라 찾은 카페에는 막 하교한 아이들과 엄마들로 북적인다.


역시 어른을 동반하지 않은 아이는 나 하나뿐인가.


입에 머리핀을 물고 딸아이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 갈래로 올곧게 땋던 여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의 눈빛이 소리 내며 묻는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순간 나는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비밀을 알리듯 속삭이고 싶어진다.


‘엄마 따윈 없어요. 멋대로 죽어버려서. 아 참, 어찌 된 일인지 아빠란 사람도 같이요.’



양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해나에게 남은 것은 다시 입양기관으로 돌아가는 길.

그러나 두 번 다시는 부모 없는 아이로 손가락질받기 싫었던 해나는

양부모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임을 숨기면서

양부모의 시신과 함께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살아가는데요.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안정을 찾으며 내려간 혈당 수치가 130선에서 멈추자 그제야 여자는 내내 붙들고 있던 내 팔을 놓는다. 여자의 손은 토모코의 볼처럼 찼지만, 이상하게도 뜨겁게 느낀 나는 퍽 안심이 되어 물어보기로 한다.


“아까 그 영화요. 나랑 닮은 애가 있던.”


영화의 제목은 아담스 패밀리라고 여자가 다시 말해주었다.


“어, 왜?”


어쩐지 창피하지만 물어보기로 한다.


“그 사람들은… 전부 가족이에요?”

“응?”


부끄럽지만 그래도 물어보기로 한다.


“…가족이냐고요.”


“맞아, 그랬어. 제목도 아담스 패밀리잖아. 패밀리, 가족 맞아.”


나는 그저 영화 속 나와 ‘분위기가 닮은’ 여자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질문했을 뿐이라고, 나는 그저 내가 필요로 할 때 아홉 살 여자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어른 여자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괜한 속을 들킬 것 같아서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나는 서둘러 이렇게 말한다.


“언니를 고용할게요.”



그러나 아직은 보호자의 동의와 관리가 필요한 아홉 살의 나이.

해나는 부모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로포폴 불법투약 전과로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던 주여경을 대행엄마로 고용합니다.


해나가 한국을 무사히 떠날 수 있도록 여경이 돕기로 하는데,

두 여자에게 이제는 피하고 싶은 돌봄의 손길이 다가옵니다!



아무도 몰라야 했던 두 여자의 간절한 계획!

그들에게 무서운 관심이 쏟아지면서 조금씩 어그러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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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시즌 3

변지안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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