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모모북스에서 정말 소장하고 싶은 형태의 데미안이 출간되었다. 고급스런 양장에 예쁜 일러스트까지, 그간 만났던 데미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20대에 읽었던 데미안은 그저 하나의 소설에 지나지 않았다. 늘상 청소년 필독도서로 선정되어 있었고, 지문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때는 아브락삭스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으면서 그저 싱클레서와 데미안을 동경했던 것 같다. 나에게도 데미안 같은 친구이자 지도자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읽은 데미안은 많은 사색거리를 줄 수 있는 최고의 인문학 도서로 다가왔다.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거리들을 주며 그저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다는 걸 느낀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데미안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자 가장 유명한 문장이기도 하다. 싱클레어의 눈으로 상식이나 관습, 체제와 대세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목표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청년들에게 큰 생각거리를 준다. 싱클레어의 방황은 데미안의 메시지를 받으면서 방향을 찾게 되고, 데미안의 죽음과 함께 내면의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끝이 난다.


 인간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존재다. 대부분의 사람은 삶에서 친숙함을 갈망한다. 분위기나 상황에 익숙할수록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상 가능한 환경을 선호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훈련한다. 안전지대, 그것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가상의 장소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벗어나지 않은 이상 진짜 나를 만나볼 기회는 저멀리 날아가버리고 만다. 일상적이고 위험이 적은 안전지대 안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할 때는 그곳에 머무를 필요도 있다. 그러나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은 안전지대 밖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새'처럼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진짜 우리 자신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에게 의미 있고 가치있는 것을 찾으라는 가르침이 데미안에는 들어있다. 이것이 데미안이 성장소설인 이유이고, 아이와도 꼭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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