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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출항을 알리는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퍼빈은 그녀의 가족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한 뭉텅이가 되어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될 때까지
육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뭔가가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은 차츰
전혀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고 있었다. 기대감이었다.
1900년대 초기 인도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소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도 봄페이 최초의 여성 사무 변호사 ‘퍼빈’ 이다.
‘퍼빈’은 두 달 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무슬림 부호 ‘오마르 파리드’의
세명의 아내들과 네명의 자녀들이 받을 재산을 정리하던 중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자신들이 받을 모든 상속 재산을 위탁 자선 단체인 가족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가족의 법률 대리인 ‘파이살 무크리’의 편지 였다.

‘퍼빈’은 이 내용이 사실인지, 대리인이 모든 재산을 가로채기 위한 거짓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마라바르 언덕에 있는 그녀들의 저택에 방문하게 되고,
‘퍼빈’이 무크리의 위협으로 부터 벗어 난 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퍼빈’은 과부들과 자녀들에게 상속된 재산을 지켜주기 위한 변호사로서,
그리고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탐정으로서 대활약이 시작한다.
봄베이 유일의 여성 변호사 ‘퍼빈’이 보여주는
당시의 여성에게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행동들.
지금으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 조차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속박에 얽매여야 했지만
그런 제약 속에서도 ‘퍼빈’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퍼빈’의 이런 행동들과 반대로 당시의 사회적 제약과 인식에 맞추고
당연시 하는 모습들은 무조건적인 여성 인권 향상보다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다가와 당시의 여성들의 현실에 촛점을 맞출 수 있게 하고, 몰입을 도와준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세밀하고, 조용한 책이며,
일반 추리 소설에 비해 너무나도 안정적이다.
뭔가 짜릿하고 흥분을 시키는 내용이 없이 편안하게 진행된다.
주인공인 ‘퍼빈’의 생사가 달려있는 진행 상황속에서도 아쉽게도 큰 파도가 일지 않는다.
책을 읽는 중에는 이런 것들로 고개가 갸웃거리게 되지만
마지막에는 오히려 책의 균형감을 정말 잘 맞추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추리와 여성문제에 대한 균형감.
왠지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는 책이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이 아주 잘되어 있어
한편으로 끝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내용이 더해갈 수록 지금의 내용보다 오버되어 ‘퍼빈’이
슈퍼 우먼 처럼 그려질 수 도 있겠지만 ‘퍼빈’의 성장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피빈’의 홀로서기와 사회적 인식에 대한 저항을 응원하며,
아직까지도 남성에 비해 현저히 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들의
모든 것이 향상되고 동등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