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하멜 표류기 (양장) - 16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헨드릭 하멜 지음, 류동익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을 서양에 알린 최초의 책 <하멜 표류기>.

우리는 이 사실을 교과과정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쓰여진 책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처음 <하멜 표류기>를 접했을때의 느낌은 다 떠나서 '책이 얇다' 였다.

무려 13여년 간의 조선 땅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는 책 치고는

너무 '얇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멜표류기>는 1653년 6월 18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상선 '스빼로베르'호가 자카르타를 출발하여, 동년 8월 16일

태풍으로 난파되어 총 64명의 선원중 하멜을 포함한 36명 만이

생존하여 조선에서 살다가 1666년 9월 4일 조선을 탈출하여 일본에 간 후

네덜란드로 돌아가기 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하멜 표류기>는 하멜이

이런 생활을, 조선에서의 생활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쓴것이 아니라

단지 13년 동안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기록한 보고서 라는 것이다.

그래서 얇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이다.

<하멜 표류기>에는 '하멜' 일행의 생활 뿐만 아니라

조선의 지리적 위치와 문화, 군사, 정치, 교역 등의 다양한 면을 소개 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역사적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한글이 배우기 쉽고, 쉽게 쓸 수 있다라고 표현된 글도 눈에 띈다.)

세번째는 가장 간단한 서체로 여자들이나 평민들이 사용한다.

그 서체는 매우 쉽게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글자를 통하여

알려지지 않은 일과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들을

다른 서체보다 훨씬 더 쉽게 쓸 수 있다.

-P95

<하멜 표류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담백하다.

13년 동안 조선에서의 힘든 생활을 하며, 노예 처럼 부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 조차도 담백하게 쓰여 있다. 어떻게 보면 남의 얘기를

옮겨 놓은 것처럼 감정이 실려 있지 않고 주요 요점만을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이 책이 여행기로써 자신의 생활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집필했다면

다른 책이 되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밀린 월급에 대한 청구용이다 보니

사실 위주로 간략하게 적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1600년대 중반의 유럽의 책들을 보면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609년 네덜란드가 일본의 나가사키 직역에 상관을 개설하면서 시작된

교역으로 일본의 문화가 유럽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며, 이는 조선에

비하면 무려 200여년 앞선 시기였다. 비록 일본의 근대적 개항은

1850년대라 할 수 있지만 200여년을 앞서 세계의 큰 무대를 알고,

동양보다 변화와 발전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을 인지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려 했음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렇지 못한 우리에게 뼈 아픈 과거이기에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조선에 '하멜' 일행이 무려 13여년동안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대한 관심이 적어, 서양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지식과 변화에 대한

흐름을 습득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고, 그들의 배에 실려 있던, 보다 발전된

문물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 버렸다는 것은 애석하다라고 할 수 있다.

'북벌'을 준비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기 였음에도 앞선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해, 개방에 적극적이지 못한 점은 애닯다 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에 비해 일본은 경험을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서양과 조선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하멜' 일행에게 질문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확인한 점은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자신의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작성한 <하멜 표류기>.

조선을 세계에 알린 책이기도 하지만

조선의 편협한 시각이 알려진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멜 표류기>는 외부에서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가를 한번쯤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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