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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 ㅣ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평점 :
먼 옛날 인간에 의해 다스려졌던 '에냐도르 대륙'
얼음처럼 차디찬 북부, 풍요로운 남부, 황량한 동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서쪽 해안은
네명의 군주에 의해 다스려 졌다. 하지만 대륙 전체를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이들을 더욱 권력과 부를 갈망하며 탐욕에 젖어 들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슈투름 산맥' 정상에서 대마법사를 마주친 동부의 왕은
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대신케 한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이렇게 한낱 인간의 부질 없는 욕망에 의해 시작된다.
대마법사는 동부의 왕의 아들의 성품과 불굴의 의지를 대가로 허공에서 화염을
다룰 수 있는 드래곤으로 변신 시켰다.
북부의 왕의 장자는 그의 미모를 대가로 드래곤의 화염도, 인간의 칼도 해치지 못하고
눈빛만으로 타 종족을 굴복 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데몬으로 변신시켰다.
서부의 왕의 아들은 그의 사랑, 유머, 삶의 의욕을 대가로 아름답지만 도도하고
쌀쌀 맞은 엘프로 변신 시켰다.
각 종족의 능력을 바탕으로 데몬은 드래곤의 화염에 굴하지 않고 드래곤을 공격했으며,
엘프는 그들의 영지에 있는 광산에서 나온 광석을 제련한 검으로 데몬을 공격 했고,
드래곤은 공중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엘프를 공격했다.
그렇게 드래곤은 엘프를, 엘프는 데몬을, 데몬은 드래곤을 공격하며 끝없는 전쟁에 휘말렸다.
남부의 왕의 왕자는 에냐도르의 적들을 굴복시키며 영원히 대륙을 지배하게 해주겠다는
대마법사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인간으로 남길 원했다.
이에 흥미를 느낀 대마법사는 그에게 인간을 지킬 수 있는 자신의 마법 일부를 넘겨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간은 엘프의, 드래곤은 데몬의 노예가 되어
에냐도르에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이렇게 동화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반지전쟁> 이후로 우리는 이런 류의 판타지에 익숙하기도 하고 열광하기도 하였다.
인간, 엘프, 오크, 드래곤, 드워프 등등
등장인물이 어찌 되었던, 시작이 어찌되었던 결국은 인간으로 종결되는 판타지는
어쩌면 재미의 중요 요소 이기도 하고 맹점이기도 하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다.
인간의 욕망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종족들.
그렇게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대가로 하여 얻은 능력으로 대륙을 지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이어 싸움을 계속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인간 본성 보다는 욕망을 쫒는 자들과 그들에게 피박당하는 선한 이들. 그리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한 영웅의 등장.
불구대천의 숙적이 서로 표식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표식을 얻은 자, 파수꾼이 되리라.
파수꾼은 각 왕국의 지배자가 되어 다스리리니, 데몬, 드래곤, 인간, 엘프가 진실이라는 하나의 핏줄로 이어지리라.
-P383
이런 뻔한 스토리에 지친 사람들은 도입부에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다르다.
뻔하게 시작되는 것 같지만 페이지를 더할 수록 스토리 속에 치밀한 꼬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각 종족의 이야기 속에 그들 만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은연 중 보이고
등장인물들의 엮힘도 예사롭지 않다. 살짝 야한 내용까지......
최소한 청소년 판타지의 그런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때 책의 두께가 참 애매했다.
하나의 판타지를 끝내기에는 책이 얇아 보였고, 여러 권 중에 한 권으로 보기에는
두꺼워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에냐도르의 전설>.
540여 페이지라는 한권의 두께의 무게가 느껴지질 않는다.
전혀 지루함이 없이 빠져들게 한다.
동화와 같은 시작은 어느새 또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듯 해 보이고, 이야기의 흐름은 각 종족의 비밀속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이어질 파수꾼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면서 이 이야기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2권 <에냐도르의 파수꾼>을 궁금하다 못해 기다리게 만드는 <에냐도르의 전설>
각 종족들의 중심이 될 네명의 파수꾼들은 또 하나의 판타지의 거대한 문을 열었다.
어떻게 이어지고, 어떤 이야기로 남겨질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