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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초로기 치매를 앓고 있는 탈북민 '무해'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게도 말 못하고 숨겨운 탈북의 진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기녀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중국 창바이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국경지대 혜산.
그곳이 그녀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였다.
하지만 대기근이후 그녀는 압록강을 건넜다.
그 시절 압록강을 건너야 했던 무해는 어떻게 엄청난 일을 결정하고 불안감을 견뎠을까. 모래는 궁금했다. 유예, 그녀는 유예,라고 모래에게 대답했다. 시간을 유예시키는 것. 그리고 희망과 행복을 잠시 유예 시키는 것.
인간은 지금 당장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어려웠다.
그녀는 살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유예 시켰다.
중국에서의 생활과 대한민국으로의 탈출과 힘겨운 정착.
어찌보면 '무해'라는 사람의 탈북이야기 갔지만
<무해의 방>을 읽다보면 이 모든 이야기에 상실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마지막 치매에 의한 기억의 상실까지 그녀의 삶에서 느껴지는 단어는 '상실'이였다.
처음 책을 읽으면 목소리 차분한 오디오 북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 무해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면서 격동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을 탈출하던 그 순간 까지 그녀의 기억속에 있는 남아있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기억이 만들어낸 허구는 기록보다 훨씬 진실했다.
기억중에서 왜곡된 바로 그 지점은 결국 자신이 대상과 사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은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기억이 만들어낸 허구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적는 기록보다는 진실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무해'의 기억은 망각속으로 빨려 들어 간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그 기억들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해'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있을 것이다.
딸 '모래'를 잊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