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슬픔을 쓰려고 한것은 아니었다.

작가는 이렇게 <적의 벚꽃>을 시작했다.

슬픔을 쓰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슬프다는것을 예고라도 하려는 듯이.

 

 

 

 

내가 알고 있는 대만의 작품들은 대부분 잔잔한 사랑이야기 였다. <적의 벚꽃>도 잔잔하게 읽혀진다. 내용은 애달픈 파도의 연속인데, 이상하게 느낌은 잔잔하고 차분하다.

이야기가 '나'를 통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렇게 느껴지는것일지도....

이 책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다.

가난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이자, 돈의 힘에 짖밟혀 떠난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 이다. 이야기의 진행이 대만에서 실제로 발생한 주요 사건(대지진, 사스)과 연관되어 있어 좀 더 현실성 있게 다가 온다.

작가는 화자인 '나'와 '추쯔'의 불행이 백화점에서 구입한 전기 주전자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전기 주전자의 구입이 수동카메라의 경품 당첨으로 연결되고 결국 그것이 '뤄이밍'과의 만남의 계기가 된것이기에 그렇게 서술했겠지만......

하지만 내가 느끼는 시작은 대지진이 일어나던 그날로 보여진다. 대지진 속에 '추쯔'를 혼자 두고 회사로 떠난 그날...

그날로 부터 '추쯔'의 아픔이 시작되었다.

모든것을 감추려는 듯 옥상에서 뛰어 내린 남자

그 남자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기다리는 '나'

적과 아름다움은 모두 사라졌다.

책을 덮으니

비오는날 캐노피 밑에서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불러들이던 '추쯔'의 수줍던 얼굴과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했던 모습이

벚꽃 잎과 함께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그속에 '나'의 힘겨운 뒷모습 만이 남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물론 우리가 처음 뤄이밍의 집과 해변으로 가던 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나타난 갈림길이었다.

그 길이 어두운 숲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 길을 따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고,

우리는 그 길을 달리며 충만한 희열을 느꼈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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