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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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포코 가면 캐릭터는 어디서 본 듯 하다. 시리즈물로 나와 있는 탐정이였던가..

아니면 책의 표현대로 괴인이였던가.. 아뭏튼 낯이 익은 캐릭터이다.

 

인공인듯 주인공이 아닌 폼포코 가면은 교토에서 벌레먹은 구제고등학교 망토를 몸에 두르고

멋지고 귀여운 너구리 가면을 쓰고 이웃의 소소한 일을 도와 주는 괴인이다.

(때론 소소한 일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폼포코 가면을 잡기 위한 소동이 교토의 기온축제 전야제인 요이야마 행사중에벌어진다.

하지만 폼포코 가면의 멋진 활약과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사람들과의 싸움으로 생각하고

이책을 접하면 무척이나 시시할지도 모른다.

혹은 책 제목처럼 게으름뱅이들의 거룩하고 엄청난 모험을 상상해서도 안된다.
크게 긴장되는상황이 없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것은 아니다.

소소한 얘기속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랄까..

게으름뱅이 주인공 고와라에 대한 성찰과 활력있는 주말을 보내자를 얘기하는듯 하면서도
결국은 '주말엔 다가올 월요일을 위하여 질릴만큼 빈둥거리자' 가 주제인듯 하다.

물론 독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점은 그렇다.

이렇게까지 줄거리상 아무일도 안하는 게으름뱅이 주인공은 여태 본적이 없다.

'주인공이니까 노력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 라고 필자는 얘기했지만

주인공이 노력하지 않으니 주변인들이 무척 바쁘다.

그중 제일이 다마가와 라고나 할까. 그녀의 노력이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다.


저자는 누가 정했어? 를 3가지 얘기한다. (잘 체크한다고 했는데 빠진것이 있을지는.....)
주인공이니까 노력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  (p135)
정의의 사도니까 게으르면 안된다고 누가 정했어 (p324)
정의의 사도가 모두를 구해야 한다니, 대체 누가 정했어요? (p369)
맞는 말인듯 하면서도 이러면 안되지 않나 라는 의문이 생기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저자가 요구하는 배려심을 갖고 읽어보자. 그러면 교토의 판타지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이 책을 읽고난후 교토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샘솟았다.

이왕이면 기온축제 기간에 가서 요이야마 행사도 보고 야마호코의 행렬도 구경하고 싶다.

물론 가장 가보고 싶은곳은 하치베묘진과 히비키라는 술집이다. 

그곳에서 덴구브란을 마시면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들어가서 폼포코 가면이 될것 같다.


 

우라모토 탐정은 헤매도 된다고 했어요.
헤매야 할때는 헤매는 것도 재능이래요 (p248)

게으름뱅이의 역사는 길다. 우리는 인류이기에 앞서 게으름뱅이였다.
선조님이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을 그만둔 이유가
나무에 오르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게으름뱅이들은 땅바닥에서 빈둥댔다.
그 증거로 여러분중에 나무 타기 달인이 몇명이나 있는가? (p327)

버리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눠야 한다.
진실로 쓸모 있는 것, 진실로 쓸모없는 것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은 쓸모 있는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든다.
물건의 본질을 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제자리 걸음이다.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끝에 우리 내면의 게으름뱅이가 속삭인다.
"내일 하자." (p372)

"그러나 내일은 일요일 입니다, 여러분."
"질릴만큼 빈둥거리세요."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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