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룬 산에 달이 높거든 - 한향(漢香) 두번째 이야기
스티에성 외 지음, 김혜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좋은 점은 유명한 중국 작가들의 유명한 수필들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내용과 다양한 서술기법들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이 책에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를 읽을 때 마다 느낀 점들이 다 다르다. 그래서 이번 비평문은 전체적으로 작품을 비평하기보다는 수록된 작품들 중에 내 기억에 가장 남고 와 닿았던 것 몇 편을 골라 그에 대한 느낀 점들을 중심으로 글을 써내려가려 한다.

나의 첫 번째 작품은 작가가 열입곱에서 스무 살 사이에 썼던 습작들, 메모나 일기 같은 것들을 모아서 후에 책으로 엮었다는 내용이다. 그 당시에는 글을 쓸 적에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소박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썼기 때문에 사뭇 현재의 작가의 글쓰기법과는 매우 비교가 되었다. 고심 끝에 엮어낸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된다. 그것은 작가 자신에게는 자그마한 개념이며, 독자들에게는 최상의 답례였다.

이 글을 읽고 나도 비록 작가처럼 문학적 소양이나 작문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나를 기념하기 위한 하나의 책 한권쯤 내고 싶어졌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아니고, 온전히 나에게 주는 선물로서. 이런 바램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인지 나는 메모하기나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말하기보다는 글쓰기에 훨씬 능하다던데, 나는 말보다는 글로 내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고 좋다. 그 순간에 나만 느낀 그 유일한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과는 달리 사라지지 않고 영영 간직하며 언제든지 다시 곱씹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춘기는 학창시절에 있었던 일들과 유치하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 그때의 내 모습들을 기록해 놓은 것은 내가 커서 몇 번이나 봐도 재미있을 하나의 소설책이 될 것이다.

시험으로 보낸 한평생은 시험으로 일평생을 보낸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수필을 읽고 나서는, 이 작가만큼 내가 시험만을 위해 살지 않았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작가에게 연민이 생긴다. 작가뿐만 아니라 그 당시 사람들, 또 오늘날 입시경쟁에서 발버둥 치는 많은 학생들과 사회에 나와서도 끝나지 않는 시험에 시달리는 사회인들, 말 그대로 시험으로 한평생을 보내는사람들의 모습과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나도 또한 이런 시험이 일상인 곳에서 자라왔기에 이 작품에 이렇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 현대인들은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이렇게 항상 자신의 능력을 시험지 한 장으로 평가받아야만 할까 하는 회의감도 든다. 한평생 시험에 시달려온 작가는 그러한 현실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자신도 결국에는 교편을 잡고서 학생들에게 똑같이 시험을 요구하게 된다. 나는 후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절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자식이 받지 않도록 하고 싶은데 이글을 읽으니 막상 그때가 되면 작가처럼 되지 않을까 두렵다.

조심! 조심!’은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중국을 여행하다 여러 번 속임수를 당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이에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바가지, 덤터기, 소매치기를 허방다리, 올가미, 낚시걸이 등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지만 글의 마지막에서는 이렇게까지 추악(?)하게 변한 중국을 북유럽과 비교하며 작가는 한탄한다.

중국이 살기 힘들도 매사에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중국인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이다. 작가 중국인 자신도 인정하는 중국의 부도덕성은 가히 경악할 만하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눈부신 성장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정신적문화적인 수준은 발전해야 할 길이 먼 듯하다.

‘1백년의 청춘은 북경대학에 대한 글쓴이의 자부심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서두 부분에 북경대학 교정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면서 그곳이 가진 역사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북경대학을 과학과 민주의 고향’, ‘학문의 민주와 사상의 자유의 기지라 일컫는 것을 보 작가 자신이 북경대학 교수로써 모교에 짙은 애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생쯤 되면 한 나라의 엘리트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무지한 국민들을 대표해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나라를 개혁하고 훌륭한 업적을 남기며 부조리간 것에는 항쟁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북경대학 학생들과 교수들이 1903년 러시아의 군대 미철수에 항러운동으로 애국심을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지식인들의 활동과 의지가 있어야 그 나라의 미래는 밝고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학교가 참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를 잘 접하지 않아 시사나 상식에 대해 잘 모르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뛰어나다. 자유게시판에서도 항상 공적인 사항에 대한 발언이 하루에 몇 번씩 떠오르고 자신들끼리 열띤 논쟁을 벌이는데 그러한 모습들이 매우 보기 좋고 청춘의 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교에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제에는 병폐가 너무 많다. 자유로운 사고의 장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대학에서도 주입식 교육과 시험성적위주의 시스템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저렇게 깊은 사고를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신문과 책을 많이 읽고 우리나라의 엘리트가 되어 우리나라 발전에 조력하도록 하려야겠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정말 어디서 들은 말처럼 후딱읽고 홀딱반한 책이다. 괜해 교수님의 추천도서가 아니었다. 우연히 고르게 된 이 책이 너무 재밌어서 같이 연재된 하늘가 바다 끝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