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고 여성적이고 가족적인 소설.
이런 소설을 이토록 강렬하게 세세하게 썼던 작가가 있었던가.
모처럼 즐거웠던 책 읽기.
한국판 제목인 <그저 좋은 사람>보다 <길들지 않은 땅unaccustomed earth>이 나는 제일 좋았다.
줌파 라히리의 다른 작품들도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다.

아내가 죽고 나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자기도 언제 그렇게 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죽음을 그렇게 가까이서 경험한 일이 없었다. 부모와 친척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항상 멀리 있었기에 죽음이 수반하는 끔찍한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내의 죽음조차 지키지 못했다. 아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는 병원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잡지를 읽고 있었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보단 모든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수술이 잘될 거라고, 아내가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올 거라고, 2주가 지나면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저녁을 먹을 거라고, 또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나면 아내가 프랑스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아내의 수술이 인생에서 겪는 대단치 않은 시련이라 생각했지, 그게 마지막이라곤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날 루마는 어릴 때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거나 벌에 쏘였을 때처럼 자기 팔에 안겨 울었다. 그때처럼 아빠 노릇을 하느라 정작 자신은 아내의 죽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했다.
<길들지 않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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