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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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김이설 작가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 소설집을 읽고 나는 머리가 멍했던가.

이번에 <선화>를 읽었다.
여러 차례 책 귀퉁이를 접었다.
그리고 오늘 북콘서트를 다녀왔다.

이 책을, 이 작가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살아 있어봤자 소용없는 인간이었다.˝

어쩜 이런 문장을 속 시원하게 쓰지.

오늘 김혜나 작가님이 말하기를, 소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을 얘기한다고, 진짜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 소설이다, 김이설 작가님의 소설은.

묵묵히 쓰겠습니다.

작가님의 약속이 미덥다! :)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어서 할머니가 죽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살아 있어봤자 소용없는 인간이었다. 늙어가는 아버지가 더 늙은 어미에게 하루 세 끼 해 먹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씻겼다. 나는 그것이 아버지가 받아야 할 마땅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자기 어미만 두둔해온 아들의 죗값이라고 생각했다. 14-15쪽

"내가 먼저 공포를 느끼면 상대방은 즐기더라고요. 내가 어려워하면 금세 권위를 세우고, 내가 수그리면 상대는 더 꼿꼿이 목을 쳐들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야 돼요. 나와 상관없다고 치는 거죠."
77쪽

병준은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는 학습된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상처를 가진 것들은 상처를 겪은 것들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배인 특유의 냄새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인 상처가 곪고, 물러터진 후에 딱지로 내려앉아, 거친 흉터로 남기까지의 세월이 만든 냄새였던 탓이었다. 그것을 알아내는 감각은 직관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경험으로 훈련되어 발달된 감각이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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