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간밤에 펼쳐 읽다가 주말 잠까지 미루고 아침 일찍 일어나 끝내 다 읽어버렸다. 제바스티안 피체크. 우리나라에 10권 가까이 소개된 독일의 초대형 스릴러 작가. 특히나 정신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사이코스릴러의 대명사'로 불린다는데 이번에 처음 영접.

 

어느 날 단 하루, 법은 사라지고 자유롭게 누군가를 죽일 수 있게 된다. 사이트에 접속해 "당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에 대답을 하고 참가비 10유로만 내면 살인복권게임은 시작된다. 무작위로 선발된 사냥감은 8월 8일 저녁 8시 8분부터 다음 날 8시까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사냥에 성공하면 1,000만 유로를 상금으로 받는다!


이 사냥은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유투브로 라이브 중계를 하려는 업자들까지 사냥감을 쫓는다.
이 모든 게 사실일까? 하지만 이미 사실은 중요치 않다.

 

"거짓말, 헛소문, 세간을 흔드는 가짜 뉴스 등 모든 것이 전염병처럼 퍼져요. (...) 하지만 누군가의 굴욕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에볼라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어요. 물론 인터넷에서 증오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은 예외지만요. 증오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죠."(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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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증오. 허락만 된다면 서슴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수많은 사람들.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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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스스로를 군중 일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연결 고리와 정체성 이해가 필요하다. (...) 딸을 추행하고 사고를 일으켜 다리를 잃게 만들고,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벤을 단죄하는 행위 역시 정당하다고 여긴다. 변태사냥은 린치와 폭동에 가책 없이 동의할 수 있는 감정적 연결 고리를 마련했다. (p.271)


오늘내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죽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이 단숨에 떠오르는 증오를 안고 사는 사회. 뜨겁게  끓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고도 빠르게 다음 타깃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우리가 이 소설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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