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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평점 :
☄️서바이벌 리포트 | 대릴 샤프 지음 | 정여울 옮김 | 크레타 출판사
☕️
브라보! 서바이벌 리포트!
대릴 샤프의 인간적 목소리를 스피커 삼아서,
정여울 작가님의 융과 나 사이를 이어주심을 받들어,
나는 온전히 융에게 침식당했다.
아니, 침식했다.
이 책은 “심리학”이, 모든 학문이 결국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지
다시 확인케 해준다.
학문으로서의 심리학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한 사람이 자기 삶을 버티고, 설명하고,
다시 선택하게 만드는 언어여야 한다는 것…
이 책은 그 역할을 제법 귀중하게 해낸다.
정여울 작가는 헤르만 헤세와 칼 융을 “우상처럼” 끌어오지 않는다.
금송아지같은 장식처럼 두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게 만든다.
헤세의 문학이 보여주는 내면의 흔들림(균열, 분열, 갈망, 성장)을
읽게 한 뒤에,
그 감정의 움직임이 융의 개념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붙여준다.
반대로, 융의 개념이 추상으로 떠버리지 않게
다시 삶의 장면으로 내려놓는다.
나는 이 연결이 좋았고, 그래서 리스펙트가 생겼다.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가 지으신 같은 크레타 출판사의 <데미안 프로젝트>,
그리고 또다른 정여울 작가님의 저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리고 이 책 <서바이벌 리포트>는 같이 읽으면 좋을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나는 심리학도라서 더 예민하게 읽는 무의식적인 감각이
분명 있으리라.
읽는 내내 내가 학교에서 배운 심리학개론을 현실적이고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게 해주는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와 무의식, 그림자, 투사, 콤플렉스 같은 것들…
교실에서는 보통 정의와 구분으로 배우고, 시험을 위해 외우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정의를 떠올리며 살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관계 속에서 넘어지고, 같은 방식으로 상처받고,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이 책은 그 곳을 정확히 후벼판다.
그래서 “활자 속 개념”이 “내 얘기”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
굉장히 좋았던 건, 문장이 쉽다는 점이다.
쉬운데 가볍지 않다.
어렵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생각보다 어렵다.
대부분의 비문학, 물론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오긴 했으나.
학문저술에 관한 책은 두 방향으로 무너진다.
하나는 너무 학술적이어서 독자에게 닿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너무 쉽게 쓰다가 개념이 흐려지는 것.
이 책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완전히 잡아준다.
그래서 나는 놀랐고, 동시에 신뢰감이 생겼다.
크레타 출판사의 책과 정여울 작가님의 책이라면 옳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이 정도면 누가 읽어도 길을 잃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 책이 “융 입문서”라는 말로만 묶이기엔 아깝다고 생각한다.
융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문턱을 낮춰주는 책이 맞음과 동시에,
어느 정도 공부해 본 사람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지식을 새로 주기보다,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점검하게 해준다.
내가 이해했다고 믿었던 개념들이 대부분의 경우에
실제로는 삶에 적용되지 못한 채 머리 안에서만 돌고 있는데,
그 부분을 ‘간파’해주는 좋은 책이다.
내가 어떤 단어를 ‘방패’처럼 쓰고 있었는지까지 돌아보게 하는
‘기능적’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융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 묻는다면,
<서바이벌 리포트>를 가장 편하게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융을 신비화하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단순화해서 망치지도 않는다.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결국 질문을 삶으로 돌아가게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건져간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왜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는가.
나는 왜 같은 사람에게 같은 마음을 쓰는가.
나는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을 과장하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나를 살리고 싶은가.
심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심리학을 꽤 공부해 본 사람에게도,
이 책이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다.
정답을 주기보다, 내가 나를 다루는 방법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것.
한 마디로 <서바이벌 리포트>를 정의하자면,
어렵지 않게 읽히는데, 읽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는 책.
“나를 설명할 언어”를 조금 더 알려주는 책.
그리고 그 언어로 인해 ‘살아내기’에 큰 도움이 되는 책.
결국 ‘서바이벌’은 나의 몫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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