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철곤 옮김 / 민중출판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본인의 사색을 담은 철학적 명상록이다. 첫 장을 넘기면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가족, 친구 등 주변인들의 장점과 그들로부터 배우게 된 점에 감사하며 이 책은 시작된다. 그 사람의 참된 모습을 알아봐주고 본인의 한계마저도 감사할 줄 아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감사할일을 찾아낼 줄 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우리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감사를 지나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의 자리에서도 신께,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감사할 줄 알았다.

 명상의 본질은 내 영혼과의 소통이며, 영혼과 소통된 자아와 우주와의 교감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자기 자신 깊은 곳까지 들어가 나를 제어하고 조절해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고통과 즐거움, 부와 가난 등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곧 사라지고 마는 것에 우리는 의미를 둔다. 애초부터 우리의 것이 아닌것 에 소유욕을 갖지 말고, 마음을 비워야한다. 육체적인 것은 모두 덧없고, 영적인 것은 허망한 꿈과 같고, 우리를 이끌어주는 힘은 철학뿐이라는 견해가 흥미롭다. 인간은 신 앞에, 자연 앞에 얼마나 보잘것없고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지를 피력한 부분이 자주 등장해 아우렐리우스의 깊은 겸손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잃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이 영위하고 있는 이 순간의 삶뿐이며, 당신이 소유할 수 있는 것 또한 당신이 잃고 있는 이 순간의 삶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p.35

 오래전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요즘의 자기 계발서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표현이나 비유는 세련되지 못하고, 낡았을지 몰라도 내포된 메시지는 시대를 앞서가 읽는 이에게 신선함마저 안겨준다. 몇천년을 존재해오던 책이 책의 홍수에 사는 현대인에게 참신함을 느끼게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참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기 180년에 로마를 지배했던 머나먼 역사속의 인물이 쓴 책이다. 그저 그런 둥그스름한 도덕책쯤으로 생각했지만 또 다른 반전을 가져다준다. 왜 옛 성현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알 것 같다. 2009년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 책에는 주옥같은 글이 너무도 많다. 구입한지 좀 되었지만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보석을 옆에 두고도 몰라본 내 꼴이 부끄럽다. 책은 늘 나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의 긴장과 세상사와의 갈등으로부터 비켜설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내용의 고전인 이 책을 나는 참 좋아한다. 영국의 한 시골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시골처녀의 유일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격정적이고, 생생하다.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제목은 낯설지 않은 훌륭한 고전이다. 언덕꼭대기에 위치해 폭풍이 불어도 바람을 정면으로 맞받을 수밖에 없는 워더링 하이츠에서 잔인하고도 슬픈 이들의 삶과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하녀, 엘렌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코 그 이야기는 아름답거나 숭고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배경이 되는 자연환경도 그렇지만 이들에게 사랑과 복수로 버무려진 인생은 그야말로 폭풍이다. 사랑과 편안함이 깃든 교양 있는 곳 ‘드러시크로스 저택’과 야만적이고 비난이 난무하는 ‘워더링 하이츠’ 가깝고도 먼 두 저택 사람들은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몰락해간다.

 언쇼가의 주워온 아이 히스클리프는 본능적이고 욕망의 화신인 야수같은 인물이다. 캐서린에 대한 애증과 열등감으로 평생 증오와 복수만을 품고 살아간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죽고 난 후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언쇼가와 린튼가에 대한 보복으로 재산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더해만 간다. 속을 알 수 없는 히스클리프의 악마근성에 주요 인물들과 그 2세들의 삶은 농락당하고 짓밟힌다. 하지만 죽을때까지 캐서린의 유령마저 기다리며 함께 하고자 한 측은한 인물이기도 하다. 캐서린에 대한 집념으로 살다가 나중에는 초현실적인 사랑을 이루게 된다. 보는 내내 독자는 악독하고 잔인한 히스클리프의 성격과 행동에 몸서리쳐지면서도 기구한 그의 운명에 놀라기도 하고, 현실을 초월한 한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마저 괴롭히며 사는 히스클리프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

 증오와 비극으로 점철된 주인공들의 화해와 행복 따위의 감상에 젖어든다면 크나큰 오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거칠고, 내면의 야수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이나 선함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환경을 통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약하고, 본능적이고 이중적인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음산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는 소름끼치기 보다는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욱 강렬하고 인간적이어서 몇 번을 읽어도 빠져들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으로 뚜렷하게 경계를 지을 수만은 없다. 고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권선징악의 형태를 탈피해 복잡한 인간사와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낸 고전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보가 바보들에게 두 번째 이야기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2
김수환 지음, 장혜민(알퐁소) / 산호와진주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민을 담는 그릇 ‘옹기’가 되고 싶으셨다던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 두 번째 이야기다. 살아계실 때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그리고 그 후까지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가신 분이다. 요즘은 남에게 져주기만 하고, 베풀 줄만 아는 사람은 바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김수환 추기경은 바보 중에 바보다. 그런데 왜 남들은 돌아보지 않고, 자기 잇속만 차리며 영리하게 사는 현대인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자기 자신 역시 남과 같이 가난하고 불행할지라도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안다면, 거기서 인간의 구원은 시작될 것입니다.” p.41
언제부턴가 타인을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상대로부터 마음을 닫고, 대화를 잊은 채 사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 배려와 존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황금만능주의, 양심의 부재, 극심한 이기주의 문제를 환기시키며 경종을 울린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가장 강조하신 덕목은 사랑이다. 이기심을 누르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가까운 내 가족, 친구들뿐만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는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했다. 이 책의 전편을 읽고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웃사랑 실천이란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가난한 이를 돕고,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p.162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세상과 사회를 이루는 조각이다. 누군가 큰 그림을 변화시켜주길 바라기 보다는 그 조각조각이 조금씩 달라질 때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 새로운 세상이 될 수 있다. 정신적으로 마음과 의지가 부족한 현대인들을 김수환 추기경은 꾸짖지 않고, 그 모자람마저 사랑으로 품으셨다. 이 책을 읽은 나는 감동받는 것에 그치지 말고, 말 한마디와 마음 한 구석이라도 배려와 존중을 잊지 말아야겠다. 1편이 주로 인간 개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편에서는 다소 그 범위가 넓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개인도 중요하지만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모두 잘 살기 위해 세계가 나아갈 길은 오직 나눔과 사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 그 영화를 볼 때는 책을 원작으로 한 줄도 몰랐는데 책속의 내용들 덕분에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속 내용과 장면을 연상하며 두 배는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나는 원래 요정과 마녀가 나오고, 나무와 토끼가 말을 하는 판타지 영화나 소설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런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매력을 느낀다. 더군다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 풍부한 소재와 사건들은 보는 사람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도록 만든다.

 큰 주축은 트리스트란이 별을 찾아 떠났다가 별 아가씨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스톰홀드 성의 왕자들이 권력을 위해 서로 죽이고 죽이는 이야기와 마녀가 젊음을 얻기 위해 별 아가씨를 죽이려 하는 세 가지 이야기가 맞물리며 전개된다.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해서 결코 아름다움이나 미화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마녀가 유니콘을 죽이는 장면이나 스톰홀드 왕자를 죽이는 그 잔인함과 자세함이 처절하도록 사실적이다. 결말 또한 뻔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별 아가씨의 심장은 아마도 사랑의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가시 돋힌듯 쌀쌀맞던 별 아가씨는 트리스트란에게 점점 마음이 열리면서 그에게 속하게 되고, 그 마음을 트리스트란에게 줌으로써 젊음을 찾아주는 기능을 잃게 된다. 별 아가씨처럼 사랑을 하게 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평생의 동반자라는 더 큰 것을 얻게 된다.
트리스트란은 항상 위기의 순간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어느 세계이든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든 법이다. 과거에 베풀었던 작은 친절들이 목숨을 내건 순간에 언제나 빛을 발한다. 대체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법칙을 가지고 있지만 진부하기 보다는 오히려 통쾌하고 같이 웃게 된다.

 크고 작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들로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중간세계와 성벽 하나만을 사이에 둔 경계지역의 마을 사람들과 상상이 현실이 되는 환상의 세계를 스피드하면서 아름답게 풀어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뉴베리상 수상작이자 3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화제의 책은 유명한 이야기꾼 닐 게이먼의 신작이다. 묘지에서 죽은 혼령들과 사는 살아있는 소년의 이야기인 이 책은 처음부터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표방했음을 밝혀두어 더욱 호기심이 동한다. 한 남자가 일가족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보는 내내 으스스한 공포와 함께 따뜻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특이함이 있다.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 우연히 묘지로 들어가 목숨을 구한 아기는 묘지의 특권을 얻은 뒤 죽은 자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묘지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소년 노바디다. 노바디는 그곳에서 다양한 시대의 죽은 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익히고, 특히 근위병 사일러스를 통해 세상에 대한 가치관과 도움을 받는다. 우연히 나가게 된 세상에서 노바디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결전을 벌인 뒤 15살이 되어 묘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이자 판타지 소설이다. 시체 도굴꾼들에게 끌려가 고생을 하고, 보물을 지키는 수호신들의 주인이 되는 등 묘지 안에서만 살아도 노바디의 모험은 끝이 없다. 아기였을때 묘지에 들어와 나름의 생활방식으로 성장하는 노바디의 모습을 보며 마치 이웃집 소년 같은 친근감이 들게 되고, 커갈수록 더해가는 노바디의 혼란이 느껴질 때는 나도 같이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노바디가 처음 나가게 된 세상은 잔인했다.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갇히기도 하고, 믿었던 어른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죽을 위기에도 처하게 된다. 그러나 묘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하게 된다. 이 책속에서 노바디에게 묘지만큼 안전하고 포근한 곳은 없다. 묘지의 모든 사람들은 노바디 덕분에 기쁘고, 웃을 수 있다. 그만큼 노바디를 보살피고 보호해 주는 곳은 없다는 것을 노바디 또한 알고 있지만 노바디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예감한다. 세상은 두렵고, 고통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알지만 때론 상처받아도 세상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더 넓은 시야로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라는 것을 노바디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첫발을 내딜 때는 불안할지 몰라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살아있는 노바디가 죽은 자들과 다른 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무섭고 견디기 힘들다고 안전한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대신 당당히 세상과 맞서려는 노바디의 모습에서 투영되는 내 자신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