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이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故신해철이라는 인물을 다시한번 재평가 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락밴드 출신이면서 솔로 가수이기도 했던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가수로서만이 아닌 한 국가의 한 시민으로서 바라본 이 책을 통해 그가 살고자 했던 음악인으로서의 짧은 인생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이 평전이야말로 그를 떠나 보낸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음악과 같이 해야 하는지, 우리 사는 세상의 아름다운 음률들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 또한 신해철이라는 가수를 좋아하기는 했으나 그의 음악세계에 담긴 뜻은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래를 편하게 듣거나 쉽게 부르지만 그 노래에 담긴 의미나 뜻까지 이해할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 다반사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예전 7080세대 노래들의 노랫말들이 시적인 가사나 음률들이 많아 그 시절 그 노래들은 그나마 가사의 의미들을 되짚어 보기도 했던 기억들이 어설프게 남는다.
요즘이야 나왔다 사라지는 노래들이 수없이 많다보니그 의미들이 점점 퇴색되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음원들은 쉽게 들을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만큼 그 의미까지 생각해보며 듣다보면 또다른 노래를 모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잠시나마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잊고 살다 비평가인 강헌을 통해 다시한번 상기하게된 이 책이 나로서는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된 계기가 된 것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대단히 존경스러운 인물은 아니었을 지인데 뭐 그리 다행이냐고 혹자는 물을수도 있겠지만 그가 떠난 지금 그의 노래들을 다시한번 곱씹으며 듣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아련한 추억이자 옛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 든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이었던 [그대에게]라는 노래는 그 당시를 살았던 청춘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었지만 그 곡에 담긴 뜻을 아는 사람은 몇 안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그 곡이 신나고 좋아 따라 부르고 많이 들었지만 그 곡에 담긴 내용들을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아니 이해할려고 생각조차 안했던 것이 정답일 것이다. 노랫말에 담긴 그대에게를 그저 사랑하는 이를 그린 보통의 사랑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곡에 담긴 그대에게가 바로 신해철이 그토록 갈망했던 "음악"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그의 음악에 담긴 철학에 또한번 놀라게 됨은 나 뿐만이 아닐것이란 생각이 드는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누구에게나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들이 있을것이다.
노래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그 노래가 좋아 흥얼거리며 듣는 것만으로도 음악은 좋은 것이다. 때로는 행복감을 주기도 하고 또 어느 때에는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편으로도 사용되는게 노래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노래방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불러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음악에 취해 하루를 마감하기도 하니까.
우리의 일상 속 노래는 그렇게 뗄래야 뗄수없는 하나의 인생 동반자가 아닐까 싶다.
저 멀리 우리의 아버지의 세대부터 지금의 세대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차이는 느낄수 있어도 노래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감싸주고 끈을 이어주며 관계를 만들어주는 모티브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관계의 산물이 바로 팬클럽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노래 하나로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열성팬이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 팬클럽 회원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니 이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있을까 싶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일화를 보면 신해철이라는 인물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았었는지 여실히 볼수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성공한 이후, 과거의 밑바닥 시절은 까맣게 잊고 거들먹 거리거나 으시대는 경향들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의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이다.
하지만 그의 일화에서 보듯 지방공연을 갔을때 기획자에게 여타의 성공한 20대 초반의 스타들은 안하무인격이나 유흥가의 여자를 불러 달라하는 요구들을 하여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다 한다.
하지만 신해철은 오히려 지방 스태프들에게 정중히 대하고 여자 요구는 커녕 숙소에서 밤늦도록 음악을 연습하고 작업을 했다하니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의 삶의 철학과 인생관을 엿볼수 있지 않나 싶다.
책에 나와 있듯 어쩌면 그는 "스타"의 길 보다는 "아티스트"라는 진정한 음악인으로서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근본주의자"는 아니었을까?
그 근본주의자적 철학은 그의 앨범들을 보면 쉽게 알수있다.
책은 그의 앨범 <MySelf>가 자기가 가고자 했던 음악 인생에 대한 "자아" 성찰을 나타내주는 곡으로 표현해 낸 대표적 곡이라 할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넥스트 1집 <Home>이 나타내주고 있는 의미가 "가족"이라면 다음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은 "존재"를 말하고 다음 앨범<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는 "세계"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 하니 그가 갖고 있는 근본주의자적 철학이 남달랐음을 우리는 익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자아"를 통해 나를 성찰하고 "가족"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왜 내가 "존재"하고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가며 "세계"속으로 가는 우리의 음악을 알리고자 노력한 신해철이지 않았을까 책은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그의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만들어낸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가 자신에게 자기는 "고뇌하는 비겁자"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삶속에 녹아내린 과거의 기억들이 만들어낸 소산물은 아닐가 생각케 한다.
또 하나의 일화에서 보듯 그가 대학생 새내기인 1987년의 6월 항쟁때 청계천에서의 시위중 쫓기면서 미처 피신하지 못한 여학생이 백골단에게 린치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숨어서 공포에 떨며 아무것도 할수없는 처지에 무력감을 씹어야 했다고 술회하는 그의 말에서 보듯 그러한 경험과 기억들이 훗날 그가 사회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깨어있는 시민으로 발돋음하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싶다.
사회에 대한 참여의식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라는 곡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책은 서술하고 있다.
옛부터 내려온 동성동본의 금혼을 꼬집으며 사회적 편견에서 신음하고있는 동성동본자들의 사회적 이슈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며 그들에게 희망을 준 곡이라 할수있다.
또한 연인이나 부부의 절망과 희망을 내용으로 담아내고 있어 당시의 시대 현실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며 시대의 한 시민으로서 참여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혁명가다운 인문학적 음악가는 아니었을까 추론해본다.
그는 "마왕", "교주'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 시대를 때로는 비판하기도 하는 논객으로, 또 때로는 정치에 참여해가며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정의의 시대를 살고자 햇던 음악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년 지기이면서 그의 곁을 함께했던 비평가 강헌을 통해 바라본 신해철은 그가 말했듯 "형같은 아우"처럼 늘 우리곁에서 함께하는 형같은 음악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 갔지만 그의 철학과 정신만큼은 영원히 남아 우리에게 늘 선사하는 음악으로 남아있기에 나는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비평가 강헌이 故신해철과 같이 준비했던 "신해철 주크박스 뮤지컬"이 책 속에서 나와 공연으로 시연된 날을 기대하는 것은 나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신해철, 그는 늘 도전하지 않았던가! 음악으로 표현할수 있는 모든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던 그가 있었기에 우리는 "다음"을 약속할수 있다.
그의 세레명 "아우구스티노"처럼 겸손과 약자를 보호하는 마음을 우리는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를 좋아했던 모든 이들에게 나는 간절히 바래본다.
슬퍼하기 보다는 그의 음악세계를 좀 더 이해하면서 또다른 제2의 신해철이 나올수 있도록 음악인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해철이 바랬듯 기업과 사회에서도 록밴드같은 비인기 가수들에게 좀 더 투자하고 양산할수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가수나 여타 연예인들도 기존의 인스턴트식 반짝 인기를 누리기 보다는 좀 더 발전되고 참된 사회를 만들어가는 문화인들로서 성숙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문화가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남아 후대에도 이어지는 문화 유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에서 말했듯 음악은 "음악을 하는 사람과 즐기는사람, 모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장르의 기본 정신을 사고할 줄 아는 풍토의 조성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리랑이 구전되어 세월이 지나도 우리에게 영원히 불리듯 지금의 노래 또한 훗날 자손들에게 불려지는 노래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마왕"이라 불렸던 故신해철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그의 삶이 끝날때까지 언제나 우리곁에 있기에 나는 오늘도 그의 노래 [그대에게]를 읊조리며 불러본다.
[오~ 예 예 예 오~오~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