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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더 많이"와 "충분해"의 싸움,
노예처럼 매여 있는 불만족한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인간의 타락은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 때문이었다.
태초에 인간은 모든 것이 풍족한 에덴동산에서 부족함이 없이 살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모든 것을 가졌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고, 모든 것이 가했는데,
단 하나 금지된 것,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 하나가 문제였다.
인간은 충족하게 누릴 수 있는 그 모든 열매를 외면하고,
금지된 그 나무열매 하나를 탐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이것은 성경의 이야기이지만,
신앙을 떠나 아주 오랜 세월 인류가 간직해온 신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존 네이시의 <이너프>(불만족의 심리학)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오버홀릭(overholic) 세상"에 살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는 문화를 창조해낸 인류에게
이제 ’만족의 철학’ 또는 ’만족주의’(enoughism)라는 새로운 개념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현대인들은 전례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신경쇠약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다.
’더 많이’에서 ’충분해’로 바뀌어야 한다. 만족이 곧 ’티핑 포인트’다.
이 한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빠질 것이다"(8).
저자는 이 불만족의 심리학이 "원시본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궁핍과 위협으로 점철된 몇천 년의 세월을 극복해오면서 터득한 생존 전략이,
이제는 오히려 주어진 풍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다.
저 먼 옛날 대초원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마치 삶 전체가 달려 있기라도 한 듯 모든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사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원시본능 때문에 정보도, 음식도, 일과 소유도
계속해서 모아놓고 쌓아두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시적인 삶의 양식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는 아프리카 부족을 보면,
오히려 현대인들보다 여가 시간도 많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부시팬도 배가 고플 때 사냥을 나가고,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니사>도 초원에 널린 열매를 따먹으며,
현대인들보다 더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옛조상들이 원시본능으로 일중독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생존과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는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문제의 원인이 ’성장’과 ’성공’에 대한 과도한 가치집약과 집착,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이 미덕이고, 성공이 행복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탐욕과 만난 결과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오버홀릭 세상에 살면서도 만족함을 모르게 하는 것이다.
<이너프>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 바쁜 일상을 살다 보니,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삶의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도하게 차고 넘쳐서 오히려 ’다이어트’가 필요한 지경인데,
현대인들이 여전히 ’더 많이’를 외치며,
집착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곱 가지 대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정보중독, 폭식, 물질적 탐욕, 일중독, 선택의 고문,
지나친 행복 추구, 과속성장"이다.
계속 이렇게 살다간 인류는 자멸을 자초하고,
저자의 말대로 결국 지구에는 바퀴벌레만 살아남게 되는 날이 닥쳐오고야 말 것이다.
저자는 이제 "정지 매커니즘", 즉 "충분해"라고 느끼고 말하고 실천하는
"만족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의 결론이 다소 엉뚱하다.
만족한 삶을 위해 저자가 강력하게 강조하는 실천전략은 ’명상’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종교적 영성 훈련과 같은 ’명상’의 시간을 권한다.
(이 대목에서 뉴에이지 운동의 냄새가 살짝 풍긴다.)
"더 많이"와 "충분해"의 싸움,
노예처럼 매여 있는 불만족한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지, 책을 읽어가는 내내 깊이 고민하며 나만의 답을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