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통문>은 바둑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어요. 바둑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유명했고, <신의 한수>라는 영화 때문에 바둑에 관심이 있긴 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바둑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현실적인 바둑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능력과 같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도 있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바둑계의 고수인 송종문이 죽도에서 바다정령 아라를 만나 사랑을 하고 딸을 낳게 되요. 그러나 아라는 선계로 돌아가게 되고 딸 달기를 홀로 키워야했는데 달기는 달의 기운을 받지 못하면 죽게 되는 운명이었죠. 그리하여 달의 기운이 강하다는 월하산 기통문에 가서 달기를 키우게 되네요. 기통문은 조선시대의 천재바둑가인 독고혁인 천인화가 세운 바둑계의 중요 문파 중 하나였는데 그 속에서 바둑도 인생도 배워가는 달기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기통문엔 달기를 좋아하는 활귀라는 아이도 있었는데 기통문 앞에 버려진 아이였던 활귀는 기통문에서 살아갈만큼 바둑 실력이 좋지 않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달기와 싸우게 된 이후 우연히 독고혁인 천인화가 남긴 《기경》을 발견하게 되고 신령스러운 영기를 받고 바둑천재가 되어버리네요. 초능력을 가진 달기와 신령스런 영기를 가지게 된 활귀라니 둘이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ㅎ
기통문에서 그런 일이 있는 동안 바깥세상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바둑계를 지배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고 인간의 마음을 닮은 AI를 만들고자 하는 EM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기통문의 후계자였던 변정의 배신으로 달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기에 활귀는 《기경》을 넘겨주게 되고 EM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361을 만들게 되네요. 인공지능 361이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유명해지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인공지능 361의 바둑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지고 쉽게 바둑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것 같지만 361이 제시하는 길만 따라가게 되고 자신들의 고유한 바둑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었죠.
바둑 본래의 즐거움과 낭만, 매력이 사라지고 오직 승부에만 집중해져 가는 시대를 안타까워 한 바둑인들은 결국 인공지능 361이 바둑계를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바둑이 인공지능에서 독립했음을 선언하네요.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인공지능의 수법에 바둑인들이 길들여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바둑인들의 말은 비단 바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곳에서 신경써야 하는 것일 것 같아요.
신령스러운 영기와 《기경》 덕에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된 활귀는 프로가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게 되니 교만해졌고 EM의 인공지능 pro_361과의 대결을 하게 되네요. 그런 상황에 조선시대의 또다른 천재 바둑인이었던 최공의 저서 《비상명》을 읽게 되면서 안타깝게도 신령스러운 영기가 빠져나가게 되고 활기는 첫 대결에서 패배하게 되죠. 그렇지만 묵상을 통해서 《기경》과 《비상명》의 요결이 서로 맞추어가게 되고 활귀는 각성을 해 결국 인공지능 pro_361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게 되네요. 그리고 결국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EM은 조각조각 나눠져 팔려나가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