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머리부터 의미심장한 문장이었어요. 신을 모신다는 사제가 신부를 살해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게다가 사형을 앞둔 모범수 율리시를 만나러 가던 베드로가 갑자기 전야의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싶었네요.
베드로는 결국 붉은 독버섯으로 스프를 준비해 신부 발렌티노를 살해하네요. 유서까지 준비해 자살로 위장하려던 베드로였지만 갑작스러운 방문객들로 인해 모든 일이 틀어지게 되죠. 신부 발렌티노를 만나러 온 판사, 율리시에 대한 취재를 더 하려던 기자 한스, 고해성사를 하고 마을을 떠나고자 했던 마리..이들의 방문으로 인해 전야의 살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겠더라구요.
율리시의 사형 전날인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룻밤 사이에 숲속 작은 성당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가득 생겼어요. 사실 율리시는 무죄였고 누명을 쓴 것 뿐인데 그가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죽음도 신의 계획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반대로 신부와 사제, 판사, 기자 모두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괴롭게 하는 인물들이어서 더 그렇더라구요.
누구보다 신성스러워야 할 신부가 사제에게 하는 행동도, 사제가 신부를 죽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죽였다 누명을 쓴 율리시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도, 목격자의 진술이 잘못된 사실을 알고도 바로 잡지 않은 기자도, 사람들의 관심이 좋아 거짓 증언을 한 마리의 언니도..이 모든 상황들이 맞물려 율리시가 사형대에 올라야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어요. 율리시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바뀔수 없다는 게 더 암울하고 답답하더라구요.
168페이지 밖에 안되는 짧은 이야기라서 솔직히 쉽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어요. 그런데..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라 생각만큼 금방 읽히지는 않더라구요. 게다가 읽으면서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진실을 짐작하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왠지 현실과 다를 것 같지 않은 권력자들의 행태가 너무도 답답하고 숨막히게 느껴졌네요.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책으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