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는 여정'이라는 문구에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 <다이브>였어요. 창비 블라인드 서평단에 응모하여 받은 가제본 도서로 읽어보았는데 작가가 누구인지 몰라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이 작품의 배경은 2057년 홍수로 인해 물에 잠겨버린 서울이예요. 거대한 빙하가 녹아내려 온 세계가 물에 잠겼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높은 고층빌딩에, 산꼭대기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게 되네요.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물속을 가르면서 물건을 건져올리는 물꾼의 삶을 살고 있었죠. 노고산 물꾼인 선율은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어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오는 내기를 하게 되네요. 그런 선율이 건져온 물건은 기계인간이 들어있는 큐브였어요. 고민끝에 배터리를 넣었더니 2038년까지의 기억이 있다는 기계인간 수호는 내기에 나갈테니 자신의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찾아달라고 하네요.
수호는 노고산 삼촌이라고 불리는 경이 삼촌과도 아는 사이였던 것 같지만 서로 안다는 티를 내지 않네요. 그러나 단순히 내기를 위해 찾아온 기계인간인 수호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선율은 진심이 되어가고, 그런 과정이 참 따뜻하고 좋았어요. 수호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점점 과거의 인연이 드러나고 선율과 우찬, 삼촌 등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도 해소되어가네요. 그러한 과정이 참 묘하게도 슬프고 서글프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네요.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절묘한 균형을 가지면서 살아가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삶은 어떤 식으로든 끔찍한 것이었지만 어떻게든 계속되는 것이기도 했고, 둘 사이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모든 걸 끝내 버릴 것처럼 진저리를 내다가도 결국엔 내일을 마주하는 균형이.
문득 기회,라는 낱말이 새삼스레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날이 아니라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 그걸 매듭짓고 새롭게 만들 기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