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 굽은 소나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하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수상 케이팩션 3
천영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한줄의 사료에서 비롯된 소설이고 세종시대의 이야기라고 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던 책이었어요. 게다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팩션이기에 더 흥미로웠네요.



사람들은 알까? 그들이 손쉽게 베어가는 나무들이 실상은 주어진 생(生)을 살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울창한 숲의 시작은 생을 포기하지 않는 작고 여린 씨앗이라는 것을.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p.10


이 책은 나무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씨앗의 이야기로 시작하네요. 땅속에 묻혀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씨앗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고 그 씨앗이 절벽 위 바위 틈새에 거꾸로 떨어져 박히는 바람에 온몸을 움직여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러나 결국 구부러진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어버린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쉽지 않은 나무의 삶이 누군가의 인생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허욱의 손자 은수는 곱추로 태어나 주변의 멸시를 받고,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상심했으나 허욱과 함께 비밀공부를 하고, 부인으로 맞이한 아영의 설득으로 과거시험을 보면서 조금씩 나아가게 되네요.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한 은수.. 조정에선 난리가 났지만 왕의 뜻대로 은수가 조정으로 나가게 되고 왕의 총애를 받게 되네요. 그리고 아영 또한 마음을 울리는 그림으로 중전과 연을 맺게 되지요.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소나무껍질을 백성들에게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은수는 음식도 약이 된다는 의관 전순의와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아영과 함께 왕의 명령에 따라 비밀리에 온실도 만들고, 식물과 약초를 키우고, 식물과 약초의 그림도 그리면서 백성을 위한 길을 가고자 하네요. 그러나 여전히 명분과 자신들의 기득권만 중요시하는 조정 대신들은 왕의 생각과 왕의 총애를 받은 은수를 마뜩찮게 여기면서 그들과 대립하게 되네요. 책을 읽으면서 왜 기득권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아니 달라지지 않은 것인지 안타까웠네요.



왜 저들은 서로 '다름'을 굳이 구별해놓고, 그것을 차별하면서까지 자신들만 귀하게 여기는 걸까? 나무들의 세상에선 그저 '다름'을 인정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내가 굽었다고 나를 차별하는 건 사람들밖에 없다. 자기들이 유용함과 무용함의 잣대로 나를 판단하고, 나의 존재가치에 멋대로 등급을 매긴다. 굽은 나에게도 볕이나 바람, 비, 구름은 동일하게 다가온다.

······· 중략······

벗이여.

저들이 덩굴처럼 악력을 써서 높이 오르고자 할 때, 그대는 나무처럼 깊이 뿌리내려 더 오랜 세월을 견뎌내길 간절하게 바라네.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p.139


그리고 주인공들의 삶과 더불어 중간중간 나오는 나무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었네요. 굽어서 볼품없다고 생각했던 소나무와 구부러진 등을 가진 은수, 구부러진 집안을 가지게 된 아영, 그리고 구부러진 신분의 전순의 등 주인공들의 굴곡진 삶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더라구요.


뒤틀린 소나무는 척박하고 바람이 많은 곳, 산기슭이나 절벽 그리고 햇빛이 잘 들지 못하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구나. 사람들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도다. 내 백성의 사는 모습이 뒤틀린 소나무 같지 않느냐. 그런 곳에서 싹을 튀우고도 천 년을 넘게 살 수 있다니, 역시 내 백성을 닮은 나무야.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p.278

백성을 생각하고 백성을 위한 노력을 끊이지 않았던 세종대왕과 그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주던 허은수, 전순의, 최아영..기득권들의 방해에도 백성을 위한 길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고 멋졌네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수상작이라는 것에 걸맞게 너무 재미있고 멋진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역사팩션을 좋아하는 편인데 주인공들의 삶에, 그리고 그들의 희망에 울컥하기도 하면서 감동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네요. 조선시대 실록과 여러 문헌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팩션이라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책으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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