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엄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울컥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엄마의 엄마>라는 제목을 보니 읽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야기일 것 같아서 궁금하던 책이었어요. 책을 보니 양장본에 책 표지도 이뻐서 더 기대가 되는 책이었어요.

그런데 저자가 2003년생으로 현재 19살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네요. 매년 생일에 맞춰서 소설집을 출간해 오고 있다는 저자의 세번째 소설 <엄마의 엄마>가 기대되더라구요.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었어요. 그리고 막상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엄마라는 존재가 마냥 행복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세 단편 중 첫번째 이야기인 '태양은 외톨이'가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하나미의 이야기가 등장해요. 하나미는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집 앞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요. 괴팍하고 무례한 이 할머니가 알고보니 '엄마의 엄마'라고 하네요. 게다가 밀린 생활비를 받으러 왔다는 이 할머니..하나미와 엄마와 할머니, 삼대 모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네요.

'엄마'라는 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엄마를 버리고 떠난 할머니,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는 엄마,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하나미는 애써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네요. 솔직히 제가 엄마의 입장이었더라도 할머니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라 참고 있었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막상 할머니가 떠나버리자 처음으로 '다쓰요 씨'가 아니라 '할머니'라고 불러주는 하나미..언젠가 다시 돌아올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하나가 태어나준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진심으로. 그래서 하나가 '엄마'라고 불러줄 때마다 나는 엄마가 됐단다. 엄마가 될 수 있었어. 하나,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엄마의 엄마> p.101~102

이 책에서 제가 제일 감동받았던 부분이었어요. 저도 처음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 얼마나 감동이었던지...하나미 엄마의 말처럼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더라구요. 과연 지금 그런 엄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신이시여, 헬프'에서는 하나미의 친구로 하나미에게 호감이 있었던 미카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오 마이 브라더'에서는 하나미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었던 기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등장해요.

솔직히 고등학생이 썼다고 믿어지지 않는 책이었어요. 엄마라는 단어가 제게는 제일 뭉클한 단어인데 이 책에서 엄마는 참 아픈 단어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미워하기라도 할 수 있어서 하나미의 엄마에게도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 속에서 중학생인 하나미의 생각과 말을 보면서 어쩌면 어른인 나보다도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앞으로 하나미가 어떻게 커갈지도 궁금해지더라구요.ㅎ

어쨌든 이 책을 보는 동안 그냥 괜히 엄마가 보고 싶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