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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김정 지음 / 부크럼 / 2020년 10월
평점 :

민트색 표지와 제목이 시선을 끄는 책이었고 전 아나운서가 쓴 책이라고 해서 궁금하던 책이었어요. 만화 이누야사에서 가영이가 했던 대사였고 퇴사짤로 유명하다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제목이라서 아나운서에서 퇴사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네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원치 않게 회사를 그만두고 갑작스레 N잡러의 세계에 던져진 김아나의 부캐 생성기라고 하더라구요. 과연 무슨 얘기가 들어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엄청난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었는데 방송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지요. 선배들의 텃세도 있었고 분장실에서도 숨죽이고, 방송을 진행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영혼까지 갈아 넣은 노력으로 합격해도 몇년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나가야하는 상황이 된다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지...ㅠㅠ
그러나 아나운서를 그만 두고 나서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나오는 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저자는 언제 그만 나와도 된다는 전화를 받을지 불안에 떨어야하는 비련의 '을'에서 탈출해서 자유로운 '정'으로 살고 있다고 해요.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나온 덕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하니 참 긍정적이구나 싶더라구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결국은 질리고 지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정말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게 일이든 놀이이든 그저 즐거울 거예요! 제가 증인입니다.(p.57)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직업을 얼마나 유지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평생에 한 번이라도 자신이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귀중한 경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내가 그토록 버거워하던 하루하루의 무게는 무겁다고 해서 덜어낼 수 있거나 덜어내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금덩이처럼 여기는 것, 무거울수록 감사하다고, 가치가 있는 만큼 무게도 무거워지는 거라고. 오랜 시간에 걸쳐 힘겹게 열어젖힌 포장지 속에는 이 마음가짐이 들어있었다.(p.94~95)
저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지나가야할 일이 있었지만 무거울수록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힘듦이 금덩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대단해 보이는지...정말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위로에는 억지스러움과 오만함이 없다. 위로를 받게 될 상대가 정말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지, 필요하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주는 것이 좋을지 배려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p.100)
누군가를 위한 위로가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아님 위로를 했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 같아요. 말로 하는 위로보다는 오히려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를 대신 할 수 있는 좋은 질문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걸 꼭 힘주어 강조하고 싶다.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당신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고 싶습니까?'와 같은.(p.181)
누군가를 만났을 때 직업을 물어보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읽다 보니 그게 그다지 좋은 질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자의 말처럼 관심사가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도 커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어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이런 질문을 더 중요하시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언젠가 나이가 들고 많은 경험을 쌓게 되면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무조건 자식이나 후배를 초원에서 양 몰듯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면 뭐가 있는지 정도만 알려주는. 그리고 조금 더 넓은 들판을 보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딘지 마음껏 상상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조금은 고삐를 느슨하게 풀어줄 줄 아는 그런 어른.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대에 맞게 충분히 똑똑하고 지혜로우니까. (p.202)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저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네요. 아이들이 가야 할 방향만 잡아주고 마음껏 탐구하고 마음껏 달려갈 수 있도록 느슨하게 풀어주고 지켜봐 줄 수 있는 그런 부모, 그런 어른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구나 싶어요.

직장에서 나오고 나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프리랜서'의 '프리'가 '자유롭다'는 의미가 아닌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라는 의미라니..그럼에도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있을 수 있다는 용기로 더 멋진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저자가 넘 멋져 보여요.
결혼은 일부일처제지만 직업은 나와 꼭 맞는 하나의 직업만 찾아야 하는 게 아니니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래서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몇 개의 일이든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면 좋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참 멋진 생각이라 느껴졌네요. 우리 아이들도 저자처럼 그렇게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길 바라네요.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