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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
한혜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0월
평점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라는 책 소개가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던, 그래서 읽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40대 초반인 나를 위해서 왠지 읽어봐야할 것 같은 책이었어요.

82년생 김지영의 현실판 이야기라고 하니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엄마들의 마흔이 우아하고 당당할 수 있길 기대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40대 여성분들에게 드리는 '마흔앓이 백신' 책 이라는 소개가 더 궁금증을 유발했네요.


이 책은 5장으로 나눠서 구성되어 있는데 여자로서, 자식으로서, 엄마로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마흔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었어요.
책을 읽는 동안..제가 40대라 그런건지 정말 너무도 공감되는 이야기에 울고 웃고 그랬어요. 책의 프롤로그에 있는 글처럼 엄마가 되고 처음 나의 앞자리가 바뀌었는데 그렇게 나이들어가면서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있었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제 마음과 너무도 닮아있는 글들이라 더 많이 공감되었던 것 같아요.
나는 마음의 주름살만큼은 잘 관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흔부터는 타고난 것보다 관리가 중요하니까.(p.23)
신체의 노화도 문제겠지만 마음의 노화가 정말 문제인 것 같아요. 얼굴의 주름살은 드러나 있기에 치료하고 관리하면 되는데 마음의 주름살은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르기에 자꾸만 숨기다 결국 더 깊어지고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얼굴의 주름살보다 더 신경써서 관리해야할 것이 마음의 주름살인 것 같아요.
이제는 공들일 사람과 아닌 사람을 어느 정도 구분할 줄 알고, 공들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허심탄회하게 내 마음을 고백한다. 나는 당신이 좋다고. 오래오래 우리 사이를 지켜가고 싶다고.(p.52)
좋은게 좋은 거지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랑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그랬던 시기도 있었는데..점점 더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만 신경쓰고 공들이고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신경쓰기엔 제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내 옆에 있는 내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잘 챙기면서 살고 싶네요.
나조차도 내 삶을 공공자산으로 당연하게 삼고 용인해온 지난날을 반성하며, 이제부터 나는 사적인 삶을 늘려가기로 했다. 마흔부터라도 그저 나라는 존재로 존중받는 기분을 느껴보기로 했다. 나는 사적이고 싶다. 격렬하게 사적으로 살고 싶다.(p.70)
사람들은 집을 사적인 공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엄마가 되면 내 집인데 사적인 공간이 없어지더라구요. 늘 엄마, 아내의 역할을 하다보니 내 공간, 내 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되요. 그래서 진짜 가끔 한번 씩은 격렬하게 사적으로 살고 싶기도 하네요.
엄마로 살면 자신이 고갈되는 것 같지만 엄마의 삶은 배움의 현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부쩍 성장하기도 한다.(p112)
솔직히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첫 아이를 낳고 키울 때 정말 많이 울고 힘들어했던 저였지만 막내를 키울 때 쯤엔 그러려니 하면서 키울 수 있는 내공이 생기더라구요.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엄마가 되더라구요. 그렇게 아이도 엄마도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가 특별하다.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할 때, 내가 나의 모든 부분을 괜찮게, 편안하게 받아들일 때 엄마는 특별해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p.152~154)
진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어요. 나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마음에 들어해야 마음이 더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좀 더 마음을 쓸 수 있는 편한 엄마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남편도 아이도 나를 모른다. 남편은 성인이 된 나부터 만났고 ,아이는 그보다 더 늦게 나를 만났다. 하지만 나는 40년 넘도록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게 이렇게 고맙고 희귀한 일이라는 걸 엄마가 되고 처음 알게 되었다.(p224)
진짜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 자신을 알아주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가끔 나도 모를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깨닫게 되네요. 남편도 아이도 몰라주는 나 자신을 나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알아주고 다독여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까요.
아이를 키우듯 꿈을 키우세요. 좋든 싫든 기분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우리는 당연하게 아이를 키웁니다. 그 마음으로 꿈을 키우면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p.276)
아직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확실히 마흔이 넘고 나니 아이들 키우는 것만큼 나 자신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마냥 아이만 바라보고 살다가는 엄마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더라구요. 아이를 키울 때 정성을 쏟은 만큼 내 꿈을 키우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제 꿈이 뭔지 생각 해봐야 할 것 같아요.
10년 이상을 엄마로 살아오다보니 어느 순간 엄마로, 아내로 살고 있는 제 모습은 있지만 제 자신으로서 살고 있는 모습은 없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제 자신에 대해서 너무도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부터 제 자신을 찾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뭔가를 시작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제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여자로서, 자식으로서, 엄마로서, 사람으로서 마흔을 살아가는 제게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