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윤정은 지음 / 부크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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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지는 에세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읽어보게 된 책이었어요. 여행은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가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초록빛 들판에 외딴집하나..표지 일러도 넘 마음에 들었어요..진짜 저런데 가서 며칠만 쉬었다 왔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네요.ㅎ




이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천공항, 김포공항, 고속터미널, 동서울터미널, 서울역, 청량리역 등 6군데 여행을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장소를 제목으로 하고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하고 있어요.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어느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을 나열하고 있다기보단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지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글로 차곡차곡 옮겨적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가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도 많았네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 하던데, 이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이 내 마음을 얻는 일 같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일,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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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 일이 어려워 도망치듯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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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도망친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도망치는 용기를 낸 무모한 나에게 반해 볼 참입니다.(p14~15)


지금 이 해변에 흐르는 경쾌한 음악처럼 춤울 추듯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그 모든 몸짓이 가벼울 수 있을까요. 삶은 꿈이고, 지금 나는 여기에서 꿈을 꿉니다. 깨지 않을 달콤한 꿈을요. 발끝에 닿는 모래처럼, 자유로운 파도처럼 정해진 길 없이 오늘을 춤추듯 살아가는 꿈을 꿉니다.(p27)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이야기해야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하라고 우리에겐 언어가 있지요. 정작 도움이 필요하고 힘들 때 혼자 꾹꾹 참는 건 미련함입니다. 물론 타인을 도와주는 마음보다 도움받는 용기가 더 큰 용기일 만치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면 의젓해져야 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린 슬픔을 안으로 삼키는 법을 먼저 배웠나 봅니다. 습관적 의존이 아닌,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뻗는 용기를 내보기로 해요.(p76)


추억의 반은 맛, 인거죠. 함께 보낸 계절만큼 먹은 밥그릇도 쌓여가니까요. 밥그릇과 함께 추억도 쌓여 가고요. (p108)


사실 그리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러 아름다운 날이라 읊조리며 오른팔과 왼팔을 교차시켜 나를 안아줍니다. 토닥토닥, 참 잘했어. 괜찮아. 금방 지나갈 거야. 잘될 거야.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팔을 쓰다듬으며 듣고 싶은 말들을 들려줍니다. 서서히 마음의 온도가 오르기 시작합니다.(p203)




그리고 각 장의 끝마다 한 페이지씩 좋은 문장을 반복해서 써놓았어요

반복되는 이 문장들을 읽고 있으니 괜시리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에게 저런 말을 실제로 해준다면 참 행복하겠죠?ㅎ



저자는 꼭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터미널에 가서 앉아있으면서 글도 쓰고 그랬다는데 저도 왠지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딱히 어디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터미널이나 공항, 역 이런 곳이겠죠. 때론 여행을 떠나는 순간보다 떠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할 때가 있는 것처럼요. 그냥 거기 가서 앉아 있으면서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매일 '하루'라는 여행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저자..그 말대로 우리는 매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문을 열고 나가면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서는 문을 닫으면서 하루를 무사히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피로를 내뱉는 그런 매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딱히 여행지로의 여행이라기 보다는 내 마음으로의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 책이었네요.


"당연한 건 없는 매 순간이 소중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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