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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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사고로 인해 비극적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 '유원'의 이야기라는 이 책..

<아몬드>, <페인트>를 잇는 책이라는 소리에 궁금했던 책이었어요



아파트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 유원..원의 언니는 젖은 이불로 감싼 동생을 11층에서 떨어뜨려 살아남게 했지만 결국 자신은 살아남지 못했고, 떨어지는 원을 받아준 40대 가장은 다리가 망가져 직장을 잃게 되었네요.

비극적 사건에서 살아남은 것밖에 한 일이 없는 원에게 사람들은 그들에게 감사하면서 살라고 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자꾸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네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언니를 잊지 못하고 원을 통해서 언니를 보는 사람들도 있고, 한때는 의인이었으나 지금은 자꾸 찾아와 돈을 바라는 아저씨도 있고, 그 아저씨를 매몰차게 대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구는 부모님도 있고...원이는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게 느껴지네요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원이 앞에 수현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네요.

수현이는 원에게 죄책감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원이 자체로 살아가게 해주네요.

"너보고 언니 몪까지 행복하라고 하지? 두 배로 열심히 살라고. 그런 말 안해?

적당히 행복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두 배나 행복하게 살라는 거야."

이런 수현이에게는 비밀이 있었는데 그 비밀이 밝혀진 뒤에도 오히려 두 사람은 더 단단한 친구가 되어가네요.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그런 수현이가 있어서 원이는 좀 더 성장해 나가고 숨기기만 했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하네요

그렇게 용기를 내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처음으로, 진심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리게 해준 언니에게 고맙고 언니의 용기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옥상에서 아래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단순하게 불안함과 공포라고 여겼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건 잠재의식 속에 사고에 대한 감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절이라도 할까 봐 지레 겁먹고 놀이 기구는 엄두도 못 냈다. 그러나 이곳에 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무서워하지 않구나. 나는 오히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전율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용기를 내고 성장하고 날아오르는 원이의 모습처럼 용기있게 성장해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라는 <유원>..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원이처럼, 아픔과 상처를 딛고 성장해나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같은 책이었어요.

청소년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았고 저도 왠지 위로를 받고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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