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리랑 1
정찬주 지음 / 다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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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따뜻한 가슴들이 살고 있었네"

올해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죠.

그 기념으로 광주민주항쟁 40주년 회심작이라는 이 책을 출간했다고 하네요.

이 처음 만났을 땐 화사한 표지에 책이 넘 이뻐서 좋았지만 막상 책을 여는 순간부터는 그 안에 담긴 아픔들로 인해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예쁜 표지가 더 애잔하게 느껴지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책이었네요.


사실 이 책은 5월 18일날 발행되었는데..이 책이 가진 무게를 알기에 쉽게 읽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한달이 지난 지금 겨우 읽게 되었네요

읽는 내내 먹먹하고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알아야하는 이야기이기에 꾹꾹 눌러담으면서 읽었네요

"횃불이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말에 걸맞게 참 많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등장해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기도 했어요.

이 책은 1980년 5월 14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14일간을 다룬 소설이예요. 14일간의 날짜별, 시간별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소설이예요. 단순한 소설이 아닐 실제 있었던 일을 다큐로 엮어놓은 책이라 더 현실감있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이 책에 등장하는 학생, 교수,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방직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등등의 인물들은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실존인물들이고 최대 피해자인데 모두 실명으로 등장해서 이 소설이 가지는 실존성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1980년 5월 14일 40대 초반의 전남대 학생과장 서명원이 교정에서 봄날을 바라보는 장면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으로 이 책이 시작되네요.

그리고 광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참상들이 적혀 있었어요. 광주 시내 어디에선가 진압봉에 맞아 죽고, 총에 죽고, 대검에 찔려 죽고 있는 참상들이 어찌나 잔인하고 마음 아프던지요.

책에 나오는 대로 폭도는 진짜 시위 청년, 학생들이 아니라 만행을 서슴치 않는 공수부대원들이었던 것이죠.


수산협동조합 앞에서 화장을 짙게 하고 웅성거리던 몇몇 여자가 '아리랑'을 불렀는데, 따라 부르는 이가 점점 불어나더니 장엄한 가락의 합창으로 변했다.노동청 방향과 금남로 쪽에 들어찬 학생과 시민 모두가 부르는 '아리랑'은 노을이 번진 핏빛 하늘에 한스러운 가사와 달리 도도하게 울려 퍼졌다(1권 p103)


공수부대원들에게 쫓기는 청년들을 직접 보나 분노가 치밀었다. 폭도는 시위청년, 학생들이 아니라 만행을 서슴치 않는 공수부대원들이었던 것이다.(1권 p281)

시민들은 구호를 외쳤고 학생들은 훌라송을 불렀다. 그러다가도 시민과 학생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모아지면 아리랑을 목 놓아 합창했다. 아리랑은 날마다 거리의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졌다, 민주화를 위한 평화집회때는 학생들이 열망의 아리랑을 불렀고, 공수부대의 만행이 극에 달했을 때는 시민들이 공포의 아리랑을 불렀다. 또 공수부대와 총격전을 치를 때는 시민군들이 분노의 아리랑을 불렀고, 공수부대의 총에 시민들이 희생당했을 때는 부모 형제들이 통곡의 아리랑을 불렀다. 그런가 하면 공수부대를 물리쳤을 때는 시민 모두가 감격의 아리랑을 불렀고, 도청을 탈환했을 때는 해방의 아리랑을 불렀으며, 계엄군이 다시 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탄식의 아리랑을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들은 도청 광장에 다시 모여 부활의 아리랑을 부를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2권 p268)


책임은 자기 자신이 지는 거다. 니는 여그 광주를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우리덜이 빨갱이가 아니었다고 서울로 올라가서 전해주라. 그라믄 내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인께.(2권 p271)


비스듬히 누운 아침 햇살은 무심코 아름다울 뿐 그에게 위안 따위는 아니었다. 사방에서 공포와 울분, 부끄러움과 슬픔이 밑도 끝도 없이 밀려왔다. 끝내 총을 들지 못한 자신이 비겁하고 서럽고 수치스러웠다.(2권 p362)

이 책을 읽는 내내 참...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쳤어요

광주시민들이 공수부대원들에게 당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고, 어쩜 저럴 수 있을까 화도 나고..'내가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면 나는 과연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그리고 행동하지 못한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구요.

비록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지는 못했지만 절대 그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었어요.

40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또 시간이 지나가겠지만..그래도 언제까지나 잊지 말고 기억해줘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횃불이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광주 아리랑>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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