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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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아버지와 관을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넘 이상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해서 궁금했던 책이예요.


특히 저자가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라고 하고 직접 아버지와 관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솔직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관을 인터넷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특화된 관을 팔기도 하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를 보니 우리 나라와는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관을 실제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있다는 것에 놀라웠네요.

사실 저자가 아버지와 관을 만들고자 한 것은 실제 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은퇴한 토목기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를 원한 것이었어요. 아버지의 작업장 먼지속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아버지와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죠.

아버지와 함께 관을 만드는 3년여의 시간동안 저자의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존도 암으로 투병하다 떠나게 되고, 아버지는 두번이나 더 암선고를 받게 되는데 그러면서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커져서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욱 절박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어요.


솔직히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고 그러면 함께하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아빠가 암수술을 하시고 병원에 계실땐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너무 무심해진게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네요.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여분의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에게 실용적인 기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배우고 싶었다고 해요. 그러나 아버지를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일의 안내자로 언제나 아버지를 필요료 하게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어느 날엔가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한 인식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했어요.


저도 자라면서 존경하는 사람으로 우리 부모님을 꼽곤 했는데 살아가는 지혜와 지식과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를 안내해 주는 안내자로 계속 계셔주길 바라지만 어느 순간 곁에 안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자세였어요. 죽는게 두렵지 않다고 하면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은 여분의 나날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라서 최선을 다해 선물을 활용함으로써 그 선물에 보답을 할 생각이라고 했네요. 그랬기에 몇번의 암선고와 나이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하루도 낭비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과연 저도 나중에 나이 들었을때 이렇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은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노력해볼 수는 있겠지요.


이 책이 출간되고 3일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읽은 마지막 책은 이 책이었고, 아버지가 당신의 작업장에서 끝마친 마지막 작업물은 당신 자신의 관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마지막 시를 남기셨는데 그게 참 감동적이었어요


나는 가을날 떡갈나무 같다


떡갈나무 이파리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내 몸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그러나 떡갈나무 여전히 살아서 봄을 기다린다

내 영혼도 그렇게 살아남아

영원한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2018년 5월



책 소개글에 '삶뿐 아니라 죽음도 함께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책'이라고 되어있지만 과연 제가 죽음도 함께 나눌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니 언젠가 죽음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결코 저자와 아버지처럼 함께 나눌수 있을 자신은 없네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잠깐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네요



"내가 삶에 관해 배운 모든 것을 나는 다음과 같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한다. "삶은 여전히 계속 된다."(p296)




책 마지막에 있는 '장례식에서 재생할 곡 목록 20'과 '상실을 위로하는 곡 목록 20'의 곡들을 들으면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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