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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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불안에게

체호프안톤 파블로비치 . 관리의 죽음. 박현섭 옮김. 길벗어린이, 2022.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는 아마 삶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절망적인 반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 삶의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정말 황당하게도 아무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아마 그럴것이다 추정할 뿐,

마지막을 선택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 절대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관리인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가 그런것 같다.

왜?

왜 죽어야 해?

죽음의 이유를 찾기에 너무 당혹스럽다.

일단, 책을 열면 5:5 정갈한 가르마를 하고 텅빈 객석에 홀로 앉아있는 주인공 이반을 만나볼 수 있다.

' 내 안의 불안에게'

슬슬 불안해진다.

뭔가 튀어나올 것 같다.

그 다음장에서는 별이 쏟아지는 산만한 그림이 나오고 드디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이야기는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책 표지부터.


이 책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1860~1902)의 단편 중 <관리의 죽음>(1883)을 번역한 책이다.

주인공인 회계원(관리) 이반이 공연을 관람하던 중 재채기를 하게 되고, 그의 침이 앞자리에 앉아있는 같은 회사 상급자의 머리에 튄다. 이반은 바로 사과를 하였고 상급자도 사과를 받아들였으나 이반 안의 불안은 자꾸 말을 건다. 불안이 불안을 낳고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며 사과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상급자에게 반복적으로 찾아간다.

상급자는 너무나 화가나 이반에게 "꺼져!"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이반은 충격에 빠져 죽었다.

죽었다.

끝.

​.

.

.​

자, 여기서 아까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본다.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일이 과연 죽어야만할 이유인가?

솔직히 황당하다.

왜? 왜 죽어?

그렇다고 죽을 일인가.

그런데 나이듦이 참 좋을떄가 있다.

예전같았으면 전혀 이해안될 일이,

요즘은 그래. 그럴수도 있지.

그래 그럴수 있어.

어줍지 않은 끄덕임이라 할지라도 눈물 한방울 담아 진심으로 할 수 있다.

'길벗어린이'라는 어린이 전문 출판사에서 만든 책이나

이 책은 엄연히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이 열려있다면.

그리고 잠깐이지만 이반이 될 수 있다면.

주옥같은 단편 문학.

도톰하고 깨끗한 양장본,

흔치않은 찰떡 일러스트,

무채색의 바탕과 자유로운 필기체.

뭐하나 바꿀일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 책을 보면서

역시 '길벗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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