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배워야 했던 시기에,
한문이 없는 신문이 나오고, 한문이 교과서에서 사라져 버린 시대.
그런 시절의 분위기 덕분에
꼭 필요한 한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최근 모질한 한문 실력을 벗어나고자 공부를 시작했다.
필요한 원전을 읽어내야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그 흔한 인강도 대부분 한자검정능력시험을 위한 것들이고,
한문을 꾸준히 가르쳐줄 기관도 드물며,
학원은 서예 학원만 보이고,
과외를 받자니 누구에게?
덕분에 구글신과 초록창에게 의지하며 한문 혼공을 시작한지 2주째 쯤.
드디어
한문을 시험을 봤는데, 황진이의 진이(伊)를 진윤(尹)으로 번역해서 쓰고 나왔다.
아~정말!
쫌!
할 수만 있다면, 교수님 보시기 전에 가서 시험지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냥 모르면 안쓰면 되는데, 어떻게든 통과해야하니 무리수를 두었다.
떨리기도 했고 정신없어서라고 뒤늦은 변명을 해본다.
그렇게 좌절의 쓴 맛을 철저히 보고 있던 중
이 책 『나의 첫 한문 수업』을 만났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정말 어이없게 눈물이 났다.
심리학서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힐링되던지.
저자의 정직하고도 꾸준한 열정이 과하지 않은 글로 쓰여져 진심이 느껴졌다.
가끔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식의 자기 자랑(?)책을 보면 읽고나서 '그래, 너 잘났다~'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저런 새옹지마를 겪으며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나의 삽을 떠서 평지로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