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다.
연초가 되면 나라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바로 받는다. 또 병원에서 해보라는 검사도 미루지 않고 열심히 받는다.
검사를 받고 의사와 상담할 때마다 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저 문제 없나요?"
"네, 건강하십니다."
"아닌데~"
"네? 건강하시다니까요?"
"아니, 잠도 안 오고, 소화도 안 되고, 어지럽고 그런데 건강하다니요?"
"여기 보세요.(의사의 컴터 화면, 눈으로 봐도 영어와 숫자만 잔뜩 있는 차트는 봐도 보이지 않는다) 수치가 다 좋습니다."
"아... 더 검사해보면 나올까요???"
"저 의사입니다. 안 좋은데 좋다고 할 수 없고, 좋은데 안 좋다고 할 수 없어요."
이쯤 되면 난 진상 환자가 되었기에 이제 그만 질척거려야 한다 다음 환자가 기다리니까.
사실 아프다. 예전과 같지 않고, 힘들어 온종일 누워있기도 하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고. 그런데 병원에서는 정상이란다. 참 답답하다.
그러던 차에 책 『병원에 가면 정상이라는데 왜 자꾸 아플까』의 제목이 가슴팍에 팍 꽂혔다.
어떻게 저렇게 내 맘을 잘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