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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하는 사람, 조광조
조성일 지음 / 시간여행 / 2022년 4월
평점 :
사는 집 지척에 정암수목공원과 번암가족공원이 있다. 또 심곡서원과 조광조 선생 묘역이 있다.
정암수목공원 안에는 집라인과 터널형 네트를 포함한 역대급 멋진 어린이 숲속 놀이터가 있다. 자주 놀러 가는 곳인데 솔직히 공원의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멋진 놀이터와 '정암'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옆의 '번암'은 또 무엇. 이 동네 공원 이름은 다 왜 이럴까 싶었다.
하지만, 책 『개혁하는 사람, 조광조』를 읽어보고 나니 그 멋진 놀이터가 있는 숲속공원 이름이 '정암'인 것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번암'이 왜 옆에 있어도 어울리는지 알게 되었다. '정암'은 조광조의 호이고, '번암'은 정몽주의 호인데, 조광조의 스승을 따라가다 보면 정몽주에게 이르게 된다. 또 정몽주가 조선 건국에 반대하였다고 하여 그 학문적 업적까지 인정받지 못함을 안타까워한 조광조는 정몽주를 추증하려 노력했다(같은 책 179~186쪽). 이런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 두 공원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이 상황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이렇듯 드라마에도 여러 차례 다뤄지고 대중에게도 익숙한 조광조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 책을 보면서 훨씬 더 깊고 넓게 알게 되었다.
정암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중종 때 사림파의 영수로 급진 개혁을 일으키다 반대파였던 훈구파의 모함으로 결국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 정도만 상식선에서 알고 있었는데, 책 『개혁하는 사람, 조광조』를 읽으면서 지나쳤던 심곡서원도, 조광조 선생 묘역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조성일 작가는 '한양 조씨'로 조광조 선생의 후손이다.
아... 그렇구나... 하면서 솔직히 걱정스러움이 앞섰다. 하지만 최대한 문헌에 근거한 사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작가적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감정과 상황이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기본이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나오기 힘든 단어, '재미있다'. 적어도 관심만 있던 나에게 조광조에 대한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던 기회였다. 그저 38살에 단명한 개혁가의 비극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가 미친 영향력과 그의 삶의 의의들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었다.
조광조를 기리는 심곡서원 안에는 500년이 넘는 수령의 나무도 있고 연못과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저 멋진 서원이고 공원에서 벗어나, 『개혁하는 사람, 조광조』를 읽어보고 방문하게 되면 더 넓고 깊게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