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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박물지 -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나의 젊은 시절, 잠시 머물렀던 하숙집 주인 아저씨의 직업는 베테랑 '버스 운전 기사'.
그때 당시 나는 운전 면허증을 따려고 한참 연습중이였기 때문에 아저씨가 최고 멋져보였다.
아저씨에게 운전 잘하고 싶어서 조언을 부탁하니,
'운전하는게 뭐가 좋니~나는 운전이 싫고 무섭다'
고 하셨다.
평생 운전만 하셨던 아저씨의 입에서 운전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처음에는 쉬워보일 수 있지만, 일을 제대로 하다보면 갈수록 어렵고 무게를 느끼게 된다.
요즘 글쓰는 작업을 자주하게 되면서, 갈수록 두렵다.
쓸 당시에는 '잘하고 있다, 퇴고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글을 올리지만,
며칠 뒤 다시 읽어 보면 낯부끄러울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어령교수님의 책을 읽다보면 참...뺄 글자도 넣을 글자도 없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나같은 범인은 불가능할까. 감히 부러워해본다.
이어령 교수님의 수식어로 '이시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말에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슴이 철렁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이 나온지 한참 후에도 일간지 인터뷰에서 내가 뭐만 하면 '마지막'을 붙인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던게 얼마전 일 같은데...
그리고 또 며칠 후에 선물같이 '우리 문화 박물지'책이 나왔다. 너무 멋진 교수님 사진과 함께. 눈물이 났다.
선물이야... 잘 읽어... 하시는 것 같아서.

글은 역시나 편안하면서도 꽉 차 있었다. 글과 같이 있는 사진도 어쩜 그렇게 예쁜지.
가위도 갓도 골무도 그렇게 예쁜 거였다니. 교수님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문화 박물지》에는 63개의 우리 조상들의 문화를 이어령 교수님의 눈으로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 중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달걀꾸러미'라고, 달걀을 짚으로 포장하는 우리 조상들의 포장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달걀 포장은 좀 색다르다. 짚으로 반만 싸아서 반은 달걀 상태를 보여주는데, 보호라는 의미에서 보면 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한국의 달걀꾸러미는 형태와 구조를 보여줌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깨지지 않게 보호도 하면서, 정보를 알려주는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포장문화의 이상형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어머 그렇구나~ 달걀꾸러미 하나에도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역시 우리 선생님이셔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볼수록 자꾸 그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자~ 선물이야~ 잘읽어~
네.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하며 마음을 다시 잡는다.
정말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