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춘의 사랑법
추민지 지음 / 어텀브리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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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은 새로 강의를 맡게 된 이가을이 첫 수업에서 학생들의 요청으로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되는 소설이다.

강의실이라는 현재의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30대의 가을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사랑했던 시간으로 이어진다.

가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까지 사랑해본 적이 있었을까. 한 번쯤은 살아가며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런 사랑을 해봤거나,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의 첫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가을이 현재에게 처음 느끼는 설렘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시작될 때의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상대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설레고, 때로는 혼자서 상처받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사랑의 풋풋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을과 현재의 사랑은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현실적인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이 항상 달콤한 감정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사랑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치열하게 사랑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 『21세기 청춘의 사랑법』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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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이
신혜인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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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이』는 처절하게 살아남은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린 소설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좋은땅 출판사 소설 『미숙이』는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여성과 엄마로 살아가는 인생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 소설은 모든 불행이 한 사람에게 몰려오는 듯한 상황 속에서도, 지켜야 할 존재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미숙이는 끝없이 무너지는 삶 속에서도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버틴다. 그 모습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동시에 쉽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숙이』를 읽으며 나는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자식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 감정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내 엄마가 떠올랐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에 서툴렀지만,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던 사람. 마치 슈퍼맨처럼 나타나 나를 구해주던 그 순간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힘들 때마다 떠오르며 나를 단단히 지탱해 준다. 나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미숙이가 그 험난한 삶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삶 속에서 만난 작은 희망들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친구 옥희, 딸 생각에 공짜로 택시를 태워준 기사, 폭력적인 남편과 시누이 사이에서 진심으로 미숙이를 위로해 준 시어머니까지. 절실한 순간마다 내밀어진 손이 없었다면, 미숙이는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삶이 고난의 연속일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가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숙이』에 그려진 한 여자의 삶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여자이자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나로 인해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왔을 엄마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결국, 엄마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로 독자의 마음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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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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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는 『메스를 든 사냥꾼』을 집필한 최이도 작가의 신작으로,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둔 성장소설이다. 모터 스포츠와 드론 레이싱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상실 이후의 삶’과 ‘다시 나아가는 용기’를 그려낸다.

인기 모터 스포츠 스타였던 재희는 F1 드라이버 등용문이라 불리는 그라비티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서 사고를 당한다. 그 사고로 인해 재희는 3년간 트랙을 떠나게 되고, 『체이스』는 그 이후의 시간을 따라간다. 이 소설은 단순한 재기가 아닌, 사고의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견디며 자신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재희와 엄마 소라의 관계다. 매니저였던 엄마는 재희를 딸이라고 부르지 않고 항상 ‘재희’라고 부르며, 재희 역시 엄마를 ‘소라’라고 칭한다. 서로를 부르는 이름만 봐도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거리감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깊다. 재희가
“이건 제 삶이지만 동시에 엄마랑 나누어 쓰던 삶이니까요.” (263쪽)
라고 말하는 장면은, 책을 읽는 내내 품었던 질문에 답을 준다. 왜 재희는 그토록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재희 역시 엄마의 희생을 알고 있고, 그 삶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소라와 재희는 가로도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가로고 드론반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거나, 아직 찾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방향은 불확실했지만, 열정만큼은 분명했던 그때의 시간 말이다.

이 장면들은 소설 속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기억을 건드린다. 잊고 지냈던 ‘좋아하는 마음’과 ‘무언가에 몰두하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내 삶을 모두 바쳐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던 재희가 부러웠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놓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재희는 좋고 싫음을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향해 다시 나아간다.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과연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었을까?

『체이스』는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재희가 새로운 일을 찾기까지의 과정,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애쓰는 시간은 처절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을 더 진솔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실패를 돌아보게 한다. 독자는 재희의 자리에 서서 실패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그 시간이 결국 삶의 거름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되짚게 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과정임을 이 소설은 조용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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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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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출간된 『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은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을 번역한 김선형 번역가의 에세이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단순히 해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치열한 선택의 연속인지, 그리고 문장 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기던 시대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사랑 역시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감정과 미래를 결정한다. 선택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 시대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인물들은 어쩌면 제인 오스틴이 품었던 희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는 “웃음, 희망, 관용, 자비의 씨앗”(58쪽)이 존재한다.

삭막한 전쟁 속에서 참고 견뎌야 했던 군인들에게 이 소설들은 따뜻한 인간성을 느끼게 해주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한 권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다는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그 영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해졌다는 점은 특히 인상 깊었다.
심지어 제인 오스틴의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저자가 JASNA(북미 제인 오스틴 학회)에서 주관한 여행에 참여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25명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방문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다.
특히 제인 오스틴의 뮤지엄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턴 코티지에서 작가의 숨결을 느끼는 장면은 읽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이 느껴졌다.

『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을 읽고 나면 제인 오스틴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김선형 번역가가 번역한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이야기의 줄거리보다 제인 오스틴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과 인물들의 내면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 들릴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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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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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이 스무 살에 집필한 초기 소설로,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의 이야기를 그린 고전 소설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자매가 사랑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엘리너는 감정을 절제하고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고, 메리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두 자매 모두 사랑 앞에서는 상처받고 흔들린다.
이성적이어도, 감성적이어도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사실을 작품은 보여준다.

『이성과 감성』은 분량이 적지 않지만 제인 오스틴 특유의 통통 튀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힌다. 19세기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물들의 감정선은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된다.
시대가 달라도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아픔과 기쁨, 그리고 성장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에드워드가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늘 이성적이고 침착하던 엘리너가 허둥대는 모습은,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을 통해 사랑에는 정해진 방식도, 정답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과 감성』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돈과 권력 앞에서 비겁해지는 사람들, 자신의 욕심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변명하는 인물들을 통해 당시 사회를 풍자한다.
놀라운 점은 이런 인물들이 현대 사회에서도 쉽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사실이 고전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사랑에는 답이 없다.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사랑을 찾는 것임을 『이성과 감성』은 조용히 전한다.
지금 사랑을 기다리고 있거나, 사랑을 하고 있다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은 올해, 그녀의 초기 소설 『이성과 감성』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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