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생각한다 -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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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생각한다』는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돌아보고, 그 인식이 오늘날 동물의 지위와 윤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우리는 과연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1부 인간동물>에서는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동물로 볼 것인지, 혹은 동물과는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로 볼 것인지를 묻는다. 샤머니즘처럼 동물을 인간보다 더 높은 존재로 여겼던 시기부터, 근대에 이르러 동물을 ‘살아 있는 기계’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까지를 짚어간다. 이 과정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극단적으로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준다.

<2부 인간의 눈에 비친 동물>에서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시대와 종교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종교적 세계관, 철학적 사고, 과학의 발전 속에서 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어지는 <3부 새로운 동물 윤리>에서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형성된 오늘날 동물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4부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는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태도와 고민의 방향을 제안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물애호가나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비판이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도덕적 명분으로 고기를 먹는 사람, 가죽 제품이나 양털 옷을 사용하는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는 태도에 대해 저자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좋아하면서,들쥐나 하이에나, 성게 같은 동물은 쉽게 혐오한다. 좋다, 싫다의 이분법적으로 나뉜 사고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책은 분명히 짚어낸다.

저자는 인간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동물 윤리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곤충에게 감정이 있는지, 소나 달팽이가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사실 정확히 알지 못한다.

동물이 인간과 똑같이 느끼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행동(특히 폭력)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정말 그럴까?’
물고기를 좋아한다면서, 오히려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이후로 물고기를 키우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짚는다. 동물 보호라는 이름 아래에도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어 있으며, 중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보다 무지에서 출발해 더 나은 앎으로 나아가는 태도라고 말한다.

『동물은 생각한다』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동물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며, 앞으로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할 기준을 제시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차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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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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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글을 쓰기 전, 마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왜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풀어낸다.

1부를 읽는 동안 마치 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담담한 문장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꼭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평소 나는 감정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들이 문장으로 옮겨져 있는 듯했다. 저자는 이런 마음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낯선 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머릿속에서는 늘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낯선 것을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42쪽) 단어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낯선 일에 대한 마음의 문턱이 낮아진 느낌이었다. 도전이 더 이상 겁내야 할 일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나는 일에 대해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힘들기만 하고, 점점 내 일이 싫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다.
“지금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131쪽)

이 질문을 읽는 순간, 머리 한쪽이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일이 힘들다’는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지,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때 행복한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2부에서는 우리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어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쓰는 행동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심을 잃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더 단단하고 풍부해진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저자가 담담하게 써 내려간 마음의 이야기다. 그 문장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읽고 난 뒤 마음 한편이 조용히 따뜻해진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잠시 멈춰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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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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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지훈과 양길은 함께 필리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 중 지훈은 죽음을 맞이하고, 함께 있었던 양길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사건 이후 지훈의 약혼녀 선재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양길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과연 양길은 제대로 된 벌을 받을 수 있을까?

『4의 재판』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첫 장면부터 독자에게 범인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독자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법은 그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답답함과 억울함이 쌓여간다. 그 과정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설 속 이야기가 더 이상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듯 말하는 장면이다. 학창 시절 법 시간에 배웠던 그 원칙이, 이렇게 누군가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닌 가해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법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연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소설 속 판사는 판결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주변의 시선과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설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져 더욱 씁쓸했다.

언젠가는 오직 정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판사가 드라마 속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당연해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게 된다.

평소 ‘그것이 알고 싶다’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주로 가해자와 범인의 시선에서 사건을 따라간다.

반면 『4의 재판』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 깊이 집중한다. 일반인이 법에 접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막막한지, 그 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밖에 없다.

『4의 재판』은 법 앞에서 억울한 사람은 없어져야 하지만, 동시에 범인을 풀어줄 수밖에 없는 법의 허점도 분명히 드러낸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는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 그리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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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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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은 화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그레이니어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일생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그레이니어의 삶에는 욕심이 없다. 살아야 하기에 살아갈 뿐,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환경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은 무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꿈에 나타난 아내 글래디스가 딸을 찾아 헤매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다. 그 모습은 딸이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그레이니어의 마음처럼 느껴져, 읽는 내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에는 그레이니어가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집 앞에 나타난 다친 소녀를 보며, 딸을 투영하듯 이름을 부르고 치료해 주는 모습에서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듯하다.

직접적으로 슬픔을 드러내지 않기에, 오히려 그 장면은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이 얼마나 큰지, 말없이도 충분히 전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레이니어가 극장 홍보글을 보고 되살아난 본능에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그 장면을 통해 그는 어쩌면 한평생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도, 슬픔도 느껴서는 안 된다는 듯 감정을 차단한 채 살아가는 모습은 안타깝고도 고통스럽다. 그렇게 살아내는 삶이 얼마나 괴로울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기차의 꿈』은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심이 얼마나 깊은지, 그 조용한 문장들 사이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조용히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야기, 담담해서 더 슬픈 소설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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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나
정은우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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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나』는 어릴 적 발레를 배웠던 세 친구, 정서·현정·연우의 이야기를 그린 연작소설이다. 발레를 너무 사랑했기에 오히려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정서, 할머니의 죽음으로 발레를 멈춘 현정, 그리고 발레가 삶의 전부인 연우.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선택과 삶이 한 편 한 편 이어지며 펼쳐진다.

정서, 현정, 연우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며 살아간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진로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던 20대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때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소설은 과거를 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인공지능 ‘포나’의 생활화는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모든 순간을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은 분명 편리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일거수일투족을 관리받으며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은 인공지능에 갇힌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할까, 가장 효율적인 공존의 방식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남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린 시절 세 아이의 발레를 위해 매니저 역할을 했던 현정의 할머니 ‘평화’의 제삿날에 세 친구가 다시 모여 추억을 나누는 장면이다. 가족도 챙기지 않는 기일을 세 친구가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린다. 인공지능이 삶 깊숙이 스며든 차가운 세계 속에서, 이 장면은 인간의 온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포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은 소설이다. 어떤 일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이 부럽기도 했고,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꿈을 향한 선택과 포기, 그리고 기술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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